[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일부 공천 결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천관리위원회에 일부 공천 결정에 대해 “일부 불공정한 사례가 지적됐고 내부반발도 적지 않다”며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황 대표는 이어 “모든 공천이 완벽할 수는 없으나 4·15 총선 압승을 위해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재삼 강조하며 “당 대표로서 이 부분을 최고위원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공관위원장과 공관위원들도 당의 입장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통합당 당헌·당규에는 ‘공직선거 공천은 최고위원 회의 의결로 확정되는데, 최고위는 공천위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공천위는 최고위원회의 재의 요구가 있으면 재심사를 해야 하지만 공천위가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원안대로 의결할 경우 최고위원회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하는 한계가 있다.

황 대표가 공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온 것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천위의 일부 공천에 대해 컷오프 된 현역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천(私薦)’ 논란 등 불복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김형오 키즈’라고 불리는 친 김형오계 인사들은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등 야당 텃밭·우세지역에 공천되고, 경쟁력 있는 중진들이 탈락한 사례를 놓고 “김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공천했다”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친황(친 황교안) 인사들도 컷오프되거나 다수가 경선 탈락해 ‘황교안 실종 사태’‘황교안 리더십 실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중진 탈락 사례는 경남 양산을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경우다. 이들은 당의 공천을 “불의와 협잡”“참 나쁜 결정”이라며 “현 정권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의사를 공표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의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의원을 비롯해, 김재경(경남 진주을), 권성동(강원 강릉), 김한표(경남 거제), 이은재(서울 강남병), 곽대훈(대구 달서갑) 민경욱(인천 연수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구 달서갑(이두아 단수공천), 서울 강남을(최홍 전략공천), 부산 중영도(황보승희 경선), 경기 파주갑(신보라 전략공천), 성남갑(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 우선공천) 등 여러 곳에서 ‘사천’ 논란과 반발이 일고 있다.

미래통합당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 중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김형오 위원장의 ‘사천’ 논란을 빚고 있는 공천 인사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 전 대표는 “공천이 잘못된 상황에서는 어떻게 선거를 지휘해도 이길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일부 지역구의 공천 번복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형오 공천위원회가 황 대표의 재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공천위원장을 맡으면서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눠먹기 없고 계파 없고 밀실 없는, 공정하고 청정한 공천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데처럼 어떠한 혼란과 잡음, 살생부나 지라시 공천은 없었다. 비록 조용하고 더디더라도 최대한 인격과 예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왔다”고 공천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