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수요단상]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선지자 에스겔은 바벨론으로 끌려간 포로 중 하나였다. 그곳에서 에스겔은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 예루살렘의 멸망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예루살렘의 멸망은 곧 성전의 파괴를 의미했고 성전이 파괴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을 향한 모든 제의가 다 멈추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성전이 파괴된 지금 이제 그들은 어떻게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가? 바로 그 순간 에스겔은 환상 중에 하나님의 보좌를 보게 되는데 에스겔이 본 하나님의 보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바퀴’였다. 그렇다. 이 보좌는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거대한 의자가 아니라 그 밑에 바퀴가 달려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하나의 ‘보좌 수레’였다.

이러한 환상을 통해 에스겔은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가 곧 여호와 하나님을 향한 예배와 제의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성전은 파괴되었지만 이스라엘 민족은 얼마든지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보좌는 예루살렘 성전을 넘어 그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통해 이스라엘 민족은 바벨론의 통치를 넘어 페르시아, 그리고 로마에 이르는 오랜 포로의 생활 동안에도 자신들의 신앙을 잃어버리지 않고 굳건히 지켜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스라엘의 방랑기는 그 시절로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948년 5월 14일 전 세계를 향해서 이스라엘의 독립을 외치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무려 2500년 동안이나 나라 없는 설움을 삼키며 살아야 했다.

그 오랜 시간 이스라엘 민족이 사라지지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하나님의 ‘이동성’의 발견인 것이다. 하나님은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이스라엘 민족이 여전히 하나님이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는가 하는 점인 것이다.

그들은 그러한 사실을 믿었고 그 믿음을 통해 이스라엘이 독립하기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 오늘날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의 삶의 방향이 바뀌고 주변의 환경은 물론 정치, 경제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한 순간 우리는 큰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왜냐하면 이전까지의 삶의 방식으로는 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속히 이 사태가 끝이 나고 모든 것이 다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사태가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질병의 발병은 어쩌면 우리의 삶의 근간을 뿌리째 바꾸어 버릴지도 모른다. 질병이 사라져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은 이전의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려운 환경을 바라보며 낙심하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을 당하는 지금 이 순간은 물론, 모든 상황이 끝이 난 후 다가오게 될 완전히 새로워진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해답은 문제가 없었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에 있지 않다. 새롭게 다가온 어떠한 변화를 향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동성’에 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은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이 혼란을 이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느 누구에게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가 지나간 후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여전히 더 깊은 위기가 계속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인가? 그것은 지금 우리 자신이 이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멀리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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