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시장서 기존가 30% 하락… 판로 확보 막막
충북교육청 직원들 농축산물 공동구매로 지원

▲ 연합뉴스

[충청일보 박장미기자] 충북에서 학교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해 납품하는 A(54)씨는 교육부의 3차 개학 연기 발표를 듣고, 또다시 깊은 시름에 빠졌다. 23일 개학을 기대하며 겨우 버텼는데 또다시 개학이 미뤄지면서 미리 수확해 놓은 작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막막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학교에 열무를 납품하기로 하고 정성 들여 재배를 했는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납품을 하지 못했다"며 "가격을 낮춰 도매시장에 가져다 팔아야 하는데 피해가 클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개학연기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학교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려던 농가와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납품할 품목들은 계약재배를 통해 일찌감치 판로를 확보한 상태였는데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도내 친환경 학교급식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최기형씨는 "친환경농산물은 일반 농수산물시장을 통해 출하할 경우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받을 수가 없다"며 "시장에 가도 기존 거래하던 업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싼값에 넘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반 도매시장에서 이들이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은 기존 가격의 30% 정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판로를 찾고 싶어도 대형 유통업체 등은 기존 거래처가 있어 새로운 출하처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일반 도매시장으로 가면 기존 거래하던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판로가 없어 이곳에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 받아왔던 가격보다 헐값에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건비가 안 나와도 다른 작물을 재배하려면 수확을 해야 하고, 씨 값이라도 건지려면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납품 농가들의 이야기다.

품목 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시금치, 얼가리, 근대, 아욱 등 잎채소류다. 생육 특성상 하루 이틀만 지나도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연기로 판로가 막힌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은 16개 품목 46t에 이른다. 장기 저장이 곤란한 버섯류 16t, 엽채류 12t, 콩나물·얼갈이·열무 등 18t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농가 피해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북도교육청은 18일 학교급식용으로 생산된 친환경 지역농축산물의 판로가 막힌 농가를 돕기 위한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했다.

도교육청과 교육연구정보원 등 직원 130여 명은 이날 600여 만원 상당의 농축산물을 구입했다. 보관 및 저장에 어려움이 있는 채소·육류 등 계절 신선 농축산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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