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말이 곧 행동이고 행동이 곧 말이 될 때 그 보다 더한 믿음은 없다. 믿음은 성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와 성실한 행동으로 맺어진다. 입만 살아있을 뿐 행동이 다를 때 겉과 속이 서로 어긋나 있음을 말한다. 그러한 인간은 스스로를 속이는 인간이다. 모든 불인(不仁)과 불의(不義)는 이러한 인간으로부터 비롯된다. 말하기는 쉽지만 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말을 낭비하는 사람은 말만 앞설 뿐 한 말에 대하여 책임질 줄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사람은 무엇보다 먼저 사람을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덕(德)은 사라져 버린다. 덕이 없으면 사랑을 올바르게 실천할 수 없게 된다. 

물건을 파는 장사꾼은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을 입술에 달고 있다. 물건 값을 부르면서 손해보고 판다고 호들갑을 떤다. 손해 본다는 장사꾼의 말은 따지고 보면 이익을 무엇보다 밝히고 있는 셈이다. 사리(私利)를 버렸다고 천명했던 사람들이 뒤로는 재물을 숨겨두고 말로만 앞세우는 경우를 우리는 무수히 본다. 

운명이란 사람의 영역을 떠나 있음을 선각자들은 분명히 말했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충실하면 그만이다. 사람이 알 수 없는 것을 가지고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알 수 있는 것을 열심히 닦으면 되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지 않는가! 삶은 곧아야 한다. 굽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자면 먼저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진실에는 덜할 것도 없고 보탤 것도 없다. 다만 그 사랑을 몸소 행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사랑을 말로 하지 않는다. 서로 손을 잡고 그저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사랑하느냐고 물을 것도 없고 사랑한다고 대답할 것도 없다. 사랑하므로 사랑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을 믿기보다는 의심하고 도와주기보다는 이용하고 사랑함에는 인색하면서도 미워하기 시작하면 단번에 증오와 분노로 치닫는 길을 밟는다. 사랑하는 길을 걷고 검소한 길을 걸으며 겸허한 길을 걸어 우리를 편하게 한다. 언행(言行)이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이 미더워 편하다. 사랑과 믿음이 없으면 자동차에 바퀴가 없는 것과 같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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