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정부와 국회는 소위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좀더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강화시켜주길 바란다.

지난해 초부터 텔레그램에서 벌어지고 있던 상착취 사건은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채팅방을 만들고 영상을 공유했다.

특히 박사의 방은 수많은 남성들이 방에 참여하고 일명 노예라고 불리는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을 찍어 공개해 충격을 주었다. 

박사의 방은 1단계 20~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 등 금액을 많이 낼수록 수위가 높은 방으로 연결해 주고 채팅앱에 스폰 알바 모집으로 유인한 뒤 개인정보를 받아 협박, 성착취 동영상을 촬영했다.

n번방 운영자들은 알려진 바만 수십명의 여성을 유인, 협박해 가학적 음란 영상을 촬영하게 하고, 유료 대화방에 유포했다. 피해 여성들 중에는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다.

n번방에 가입한 사람은 무려 26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26만명의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와 수백만명이 동의하고 있다.

디지털성범죄가 이렇게 일반 대중이 모르는 사이 암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아동청소년의 성 착취물을 다운받아 소지한 사람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성 착취물을 유포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음란물 배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 7'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디지털 범죄에 대한 수사나 처벌 정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듯 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1월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양형 기준을 정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고 심지어 어떤 의원은 "처벌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니 한심스럽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도 성범죄물에 대해 '예술작품'이라고 운운하는 등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말을 내뱉었다.

정부와 국회가 디지털성범죄를 단순히 어릴 적 보던 '야한 동영상' 수준으로만 치부하면서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말았다.

우리는 이번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더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범죄자들이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성년자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여성들로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게 만드는 디지털성범죄는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사회 문제이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의 행복을 지키고 밝고 건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번 사건도 현행 법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위에서 처벌해야 하고, 관련 법을 강화시키는 제·개정 작업을 서둘러주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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