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선거 때가 되면 '한 표'의 가치가 새삼 중요하다고 느낀다. 정치부 기자를 20년 이상했고, 광역단체장 선거 캠프에서 핵심 실무진으로 일 해본 경험상 한표의 가치는 사실상 무한대다. 기자시절에는 투표율 등 분석 기사를 쓰면서 한표 한 표의 가치에 대해 놀라움이 컷다. 사실, 그 표들이 모여서 새로운 정치상황을 만든다.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 투표율과 결과들을 보면 그야말로 집단지성의 완결판이다. 절묘한 결과물에 놀라고, 그 결과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데 또 놀란다. 예측불허의 결과물이 많았고, 그 선택은 현명했다. 

선거캠프에서 겪은 선거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격언과 어울린다. 선거 승리를 위해 모인 캠프지만 그 승리를 위해선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보도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급하다고 아무거나 홍보할 수는 없다. 잘못 홍보하다간 선거법 위반으로 한방에 선거를 망친다. 과거에는 그걸 유도하는 꼼수 방식도 간혹 있었다.

선거캠프의 최종 결과물은 홍보물이다. 홍보물은 후보가 공약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유권자가 꼭 보고 싶은 것을 싣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권자가 꼭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뭘까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선거처럼 직접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선 더욱 홍보물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4.15 총선은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뤄지면서 한 표에 대한 의미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선거법을 살펴보니, 비례대표의 경우 47석중 30석에 대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30석의 배분은 【(국회의원 정수-의원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수)×해당정당의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 득표비율-해당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수】÷2 으로 이뤄진다.

30석은 전체 의석수의 10%에 달하는 의석으로 선거이후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만큼 한 표가 중요하게 됐다. 지역구 후보에게 던지는 한표와 비례대표 정당에 던지는 한표가 얼마나 '연동' 될 수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는 선거가 됐다.유권자 입장에선 한 표 의미를 생각하면, 신중하게 집요하게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선거의미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정권심판인지 야당 심판인지. 선거이후도 생각해 봐야 한다. 선거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사회로 전진하지 못한다면, 선거를 치르는 의미가 사라진다. 선거를 경험하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이 실감난 적이 많다. 

"소변을 봐야 하는데 화장실을 못 가겠더라고요. 내가 일어나면 선거캠프에 있던 지지자들이 모두 졌다고 생각할까 봐서요. 새벽까지 참았고, 결국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지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9표차로 당선된 전직 국회의원한테 들은 이야기다. 이 분은 엎치락뒤치락한 개표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요즘말로 하면 '대환장파티'다. 근데, 이 분은 그나마 승리를 하셨으니 편하게 화장실을 보셨겠지만 패배한 상대방은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도 안간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