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김재영칼럼] 김재영 전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뜰 앞에 산수유 피고 목련이 봉오리 열어 봄을 맞은 기쁨에 젖었는데 피는 듯 또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꽃은 열흘을 붉지 못한다(花無十日紅)는 말이 떠오르며 덧없는 인생을 느끼게 했는데 전염병 여파로 신입생들은 입학도 못하고 재학생들은 개학도 못한 채 4월을 기다리고 있다. 

행(幸)과 불행(不幸)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예기치 못한 일로 우리에게 불행이 닥쳐오기도 한다. 우리가 겪는 재해에는 자연 재해도 있고 인재(人災)도 있지만, 반도국가인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변국가로부터 900여 차례의 외침을 받는 역사적인 시련을 겪어오기도 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편안 할 때에 위태로움을 생각(居安思危, 거안사위)하고 생각을 했으면 대비(思則有備, 사즉대비)하고 미리 대비하면 환난(患難)을 당하지 않는다(有備無患,유비무환)"고 했다. '닥쳐올 자연 재앙에 미리 대비했더라면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이웃들의 아픔을 예방할 수 있을 터 인데'하는 생각이 든다.

자고 나서 신문기사를 보면 온통 삶의 질서를 깨뜨리는 일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밤을 새우며 국민들의 편안한 삶을 지켜주던 경찰관이 파출소 내에서 괴한의 습격에 살해당하는가 하면, 인도(人道)로 걸어가던 사람이 인도까지 질주해 올라온 차량에 치어 죽거나 불구자가 되기도 하고 평화로운 집안에 떼강도가 들이닥쳐 강도·강간을 일삼는 등 불안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때로는 걸어가던 부녀자를 납치하여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등 사는 게 불안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 북한은 핵무장이 가속화 돼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국가, 사회, 가정이나 개인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 국방, 재난, 개인의 예기치 못한 불행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외딴 섬에 끌려가서 중노동에 시달리며 인간 이하의 생활 속에 삶을 망쳐버린 젊은이의 TV에 비친 모습은 우리를 분노케 한 적도 있다.

지난 날 청주고·청주여고 등 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을 때 나는 학생들에게 자전거를 타려면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사주(四周) 경계를 하며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일러왔다. 옛날 같으면 법을 집행해야할 파출소에 괴한의 침입이나 난동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사람들이 거칠어지고 예기치 못한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어서 내가 법을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일이 없다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이 세상을 편안히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항상 닥쳐오는 예기치 못한 불행한 일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대비하는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앞서야 할 일은 믿음이다. 논어(論語)에서도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해서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믿고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믿다가는 늘 낭패를 보는 게 오늘의 현주소이니 늘 불행에 대비하는 인생의 방어운전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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