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 박사  

[충청의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 박사

개학이 또 연기될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학부모의 불안이 큰 상황이어서 바로 등교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에 ‘온라인 개학’을 대책으로 내놓는 모양이다. 집에 있는 학생들은 생활패턴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갑자기 많아진 시간적 자유에 자신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학생들의 바깥 외출을 자제시키고 학원들의 운영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휴업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학교에서는 어떠한 대책으로 이 사태를 대응하고 있는가? 학습결손과 돌봄공백 등이 발생하지 않고 개학 후 정상적인 학교로의 복귀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가? 교육감들은 학생들에게 EBS를 보고 공부하라는 방안을 내고 있다니 대응 치고는 치졸하다. 하기는 정부가 초중고교의 마스크 비축량 중 580만 개를 수거해 시중에 공급하는 모습을 보며 뒷전에 밀려있는 교육이 한심하다.

“가짜 문자로 여겼는데 알아보니 총리 지시사항이어서 깜짝 놀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마스크 수거 방법을 ‘농협 하나로마트’로 했다가 ‘교육청’으로 바뀌었다. 교육청 장학사가 학교를 직접 돌며 마스크를 걷어가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쌀 수탈하듯 주말에 학교에 있는 마스크를 걷어갔다니 씁쓸하다. 다시 비축하겠다지만 중국에는 지원하면서 정부가 학생들의 마스크를 걷어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 사회는 최근 학교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한 사교육비의 증가 등은 학교교육의 이탈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교육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새로운 방향으로 ‘제4의 길’을 제시한다. ‘제1의 길’이 교육의 내용, 방법, 질 등에서 사교육을 중심으로 불평등한 길이었다면, ‘제2의 길’은 평준화의 기조 아래 학교의 자율성이 상실된 국가주의의 절대평등의 길이다.

제1의 길과 제2의 길, 즉 불평등과 절대평등의 교육적 절충안이 제3의 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시대에 어설프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면에 대해 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시장주의의 장점과 국가의 풍부한 자원을 결합해 학교 또는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 제4의 길이 필요하다. 인구 500만을 넘는 조그만 나라, 핀란드 교육의 참고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에게는 인구 및 사회구조의 변화, 사회의 양극화와 삶의 질 향상,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 등의 문제가 있다. 지식기반사회의 강화 및 과학기술의 가속화, 창의성이 존중되는 지식·문화의 융합, 개방화·세계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국가적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시민의 참여를 촉구하며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하는 인간상을 모색해야 한다.

교육은 개인적·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미래 지향적 활동이다. 장기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19의 대응에서 한국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위대한 우리 민족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공부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교육의 기본을 수행하는 학교교육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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