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윤 제천시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기고] 임채윤 제천시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마카롱’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이것의 기본 생김새는 아몬드가루 등으로 만든 동그란 꼬끄 두 개 사이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서양에서 넘어온 이 마카롱을 다양하게 응용해 한국인들은 온갖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중간에 들어가는 크림과 재료의 양이 너무 많아 한 입에 들어가기 어려운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꼬끄 대신 떡을 사용하는 ‘떡카롱’, 대추나 청양고추 같은 재료를 넣어 한과인지 마카롱인지 구분이 어려운 것들까지. 누군가는 농담조로 더 이상 ‘마카롱’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새롭게 만들어낸 전통과자 ‘막화롱’이라고 이야기한다.

K-POP 등 한국적 특성을 담은 것에 ‘K’라는 접두사를 붙이다 못해 아예 외래어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르는 이런 현상은 모국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감성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를 강타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스러움’은 ‘자랑스러움’이 되었다. 한 번 빠지면 나라 전체가 무언가에 홀린 듯 끝장을 보고야 마는 우리의 유별난 열정은 한때 ‘냄비근성’이라는 조롱을 받은 적도 있지만, 위기 때마다 놀라운 힘을 발휘해 세계를 감동시키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대한민국은 또 다시 위기를 맞은 상태다. 중요한 국가행사 중 하나인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아 밤낮없이 돌아가는 선거관리위원회도 연일 쏟아지는 변수에 숨이 가쁘다. 작년부터 공들여 선정한 사전투표소가 코로나 19 선별진료소가 되면서 새로운 투표장소를 찾아야 했으며, 선거권 연령이 하향되면서 준비했던 만 18세 유권자 대상 ‘찾아가는 선거교육’은 다시 다른 방식을 꾀해야 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로 인해 나타난 낯선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선거법 운용기준을 빠르게 마련하고, 확진자 등이 투표에 소외되지 않게 새로운 방법을 검토하는 등 닥친 과제가 많다. 이 와중에 코로나 19 때문에 투표율이 예년보다 떨어질 거라는 예측마저 들려온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K의 특징이 주는 믿음 때문이다. 저금통을 탈탈 털어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기부했다는 어린아이와 당신의 한 달 생계비로 쓰이는 월세를 기꺼이 면제해줬다는 건물주 등 국가적 위기 속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더욱 통 큰 모습을 보이는 국민의 모습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힘을 준다.

과거부터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는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늘 기어코 그것을 성취해왔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은 절대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이 나라와 정치인들을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소신을 담아 끝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단 한명의 유권자도 놓치지 않고 투표소로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길을 닦고 있다. 깨끗하게 닦아놓은 그 길 위로 용기를 내 걸어올 우리 국민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우리의 자부심인 대한민국은 이번 선거에서도 ‘K-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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