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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찾아서육정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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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1  16: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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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코로나19로 혼돈스러운 이 강산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노란 봄꽃, 산수유가 활짝 웃어준다. 노랗게 쏟아내는 미소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으랴! 바라보는 이조차 절로 한 송이 꽃이 된다. 이쯤 되면 무엇이 문제가 될 것인가! 코로나도 이겨낼 것 같은 마음에 마스크를 벗고 긴 호흡을 해본다. 마음이 절로 설레지는, 이 사랑스러운 계절이 우리 곁을 찾아 왔는데 봄을 봄이라 마음껏 즐길 수가 없다. 

끝이 어디가 될지 모를 막막한 코로나에 갇혀 혼란스러운 우리는, 우리의 모든 시간들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거대 기업조차 흔들리게 하는 막연한 이 상황 앞에서 다만 사력을 다해 방어 중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두 손을 공손하게 모두고 하늘을 우러른다. 봄의 그 하늘조차 흐릿하여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헤아릴 수 없다. 시야가 희뿌연 하니 더해진 마음에 어지럼증이 인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잠시 휴업합니다.'  가게 문을 닫아걸고 안내문을 꼼꼼하게 붙이고 돌아서는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한마디라도 거들면 그대로 온몸 것들을 모두 짜낼 것 같다.  모두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에 우린 길을 나섰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따라 나선 길 위에서 봄꽃들을 만났다. 노란 산수유 꽃이, 개나리가 송송 피어 난 모습들이 사랑스럽다. 대견했다. 이 난국에도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 온 그들이 반가웠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만 할 수 없었다. 결국 모든 것들은 마음에서 오고 마음으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 꽃을 꽃이라 여기는 일도 내 마음의 승인이 떨어져야만 되는 일이라는 것을.

언뜻 발아래로 희끗하니 긴 가민가 눈에 띄는 게 있어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작은 냉이 꽃이 말갛게 웃어준다. 그도 꽃이었다. 하마터면 밟을 뻔 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작은 꽃은 수술이며 암술, 모두 다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작은 냉이 꽃은 처음 본다. 별꽃보다도 작게 피었다. 사람들이 숱하게 오가는 길에서 자란 탓이려니 싶다. 밟히고 또 밟히면서 모질게 살았으니, 제 꿈 한번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한 채, 종족번식의 본능에 일찍 꽃을 피웠는가! 그녀는 소리 없이 울었다.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버티며 겨우 마련한 가게였다. 손맛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한창 재미보고 있을 즈음, 이제는 허리 좀 펴볼 수 있겠지, 기대 하던 터에, 코로나 19가 들이 닥쳤다. 결국 끝 모를 시간의 감옥에 갇히고야 말았다.  다사로운 봄인데 황량한 들판에 서릿바람이 인다. 꽃은 피었으나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바람 속에 서있다. 그 바람 속에서 어린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아직은 싹을 틔워 올리지 못한 누런 잔디밭을 뛰어 다닌다. 아이들의 맑고 청아한 웃음소리 따라 이 길을 걷다보면, 잔디 또한 파랗게 돋아 날 것이고 또한 그녀만의 봄이 또 다시 찾아 올 것이라며 그녀는 작은 냉이 꽃을 오래도록 보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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