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기고]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이번 봄엔 벚꽃구경 오지 마세요.” TV인터뷰 중 어느 지자체장이 한 말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전국 방방곡곡 이름난 벚꽃축제장은 상춘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게 당연한 봄의 풍경이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는 본격적인 벚꽃개화를 앞두고 제발 놀러오지 말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규모 상춘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의 이름난 벚꽃축제는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다보니 줄줄이 취소되거나 벚꽃 명소를 폐쇄하는 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1963년에 시작해 57년동안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 벚꽃축제라고 할 수 있는 경남 진해 군항제도 그렇고, 강릉 경포호 벚꽃축제도,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의도와 석촌호수 벚꽃축제도 전면 취소되었다. 심지어 강원도 삼척에서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지역 명소인 유채꽃밭을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일찍 갈아엎었다고 한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열흘정도 봄꽃이 빨리 개회되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온지 어느덧 두 달이 훌쩍 넘어가고 아직까지도 하루 1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벚꽃구경은 사치스런 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이 좋은 계절을 그냥 지나치자니 그것도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차 강조되는 상황속에서도 봄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정녕 없을까? 일단 겨우내 묵은 때를 벗기듯 찌뿌둥한 분위기의 사무실과 집안을 화사한 봄꽃으로 가꾸어 보자. 특히 평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꽃 선물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플라워 버킷챌린지’ 같은 것 말이다. ‘플라워 버킷챌린지’는 코로나19로 졸업·입학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화훼 소비촉진 캠페인이다.

꽃바구니를 수령한 사람이 다음 대상자를 지목해 꽃을 전달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4년 여름에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위해 세계적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퍼져나갔던 ‘아이스버킷챌린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일부 정부기관을 비롯해 강원, 제주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플라워버킷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농협에서도 각 지역단위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고자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비단 이러한 거창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우리의 일상생활 가운데 감사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데 돌아볼 시간이 없다든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면 이참에 한번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떤가.

또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 가족들도 한번 돌아보자. 코로나19로 계속되는 개학연기에 집안에 갇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내하고 있는 자녀들의 인내심을 칭찬해주고 재택근무 확대로 ‘삼식이’가 된 아빠들을 위해 수고하는 엄마들의 노고에 사랑의 마음을 담아 꽃선물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꽃구경조차 쉽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봄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해마다 봄이 되면 길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대표적인 봄노래인 ‘벚꽃엔딩’이 요즘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아쉽지만 올해 ‘벚꽃구경’은 ‘엔딩’하자. 대신에 ‘집콕’하면서도 슬기롭게 봄을 만끽할 수 있는 ‘플라워 버킷챌리지’로 지나가는 봄을 힘껏 붙잡아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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