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에도 ‘농장식별번호’ 부여
무허가 가축사육 더욱 부추겨

 

[영동=충청일보 이능희 기자] 충북 영동군이 가축 및 축산물 이력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물이력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9일 군에 따르면 축산물이력법은 방역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축산물의 안정성을 확보해 소비자 이익의 보호, 축산업과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농장식별번호 부여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군은 지난해 초부터 학산면 서산리 무허가 돈사 신축과 돼지 불법 입식과 관련해 건축법, 국토계획법, 가축분뇨법, 축산법에 따라 고발과 행정처분 등 강력한 대응으로 사육 농가주의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3월에는 면민 300여 명이 돼지 불법 입식에 반대하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며 돈사 입구까지 피켓 가두행진을 하는 등 면민 총궐기대회로 반발했다.

문제의 돈사는 다른 지역에서 입주한 농가주가 농사용 하우스로 사용하는 것으로 주민들은 알고 있었으나, 불법으로 돼지 200여 마리를 입식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이런 노력에도 축산물이력법의 허술함이 자치단체는 물론 주민들을 조롱하는 꼴이 됐다.

현행 축산물이력법 4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이 농장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있으나, 축산업 허가증과 등록증이 없어도 농장 경영자임을 증명하면 농장식별번호를 즉시 부여하고 있다.

불법을 행한 사육 농가주가 무허가 축사에 대한 적법화 조치도 없이 현재 700여 두가 사육되고 있으며, 농장식별번호를 부여받아 떳떳하게 축산업을 경영할 수 있게 축산물이력법이 한몫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현행법은 무허가 축산업 발생을 통제할 수 없는 큰 허점을 갖고 있으며, 가축분뇨법 개정으로 몇 년간 진행하고 있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추진 목적 등에도 크게 벗어나 일선 행정의 신뢰성과 형평성 실현에도 문제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부당함을 표했다.

이어 “적법한 축산업만이 농장식별번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적법하지 않은 불가피한 기타시설에 농장식별 번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장의 동의 또는 협의를 거쳐 적법하고 건전한 축산업으로 유도와 발전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수차례 무허가 축산업을 조장하는 농장식별번호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어 행정의 신뢰성 위축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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