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충북 홀대와 지역갈등 조장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사안들에 대해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전남에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첨단산업과 소재산업 등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조원을 들여 2027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유치 지역에 커다란 경제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도 있는 사업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에 따르면 방사광가속기 유치 시 지역에 6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2조4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3만70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과기부는 오는 5월 중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으로 현재 충북 오창을 포함해 인천 송도,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충북은 지난해부터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충북도에서 4억원,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서 1억원을 투입해 연구용역까지 선제적으로 진행했다. 

충청권 4개 시·도가 합심해 차세대방사광가속기 구축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방사광가속기 전남 유치 발언은 충북을 아예 무시하는 처사다. 

뒤늦게 "다른 지역과 공정한 경쟁을 약속한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에서 배포한 모두발언 자료와 동영상 등을 확인해보면 이 대표의 발언에는 '경쟁'이란 단어조차 들어있지 않다.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 대표가 충청권 4개 시·도가 합심해 추진 중인 사업을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알면서도 방문지역 입맛을 맞추기 위해 충북을 푸대접한 셈이다. 

이 대표의 충북홀대, 지역감정 유발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KTX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KTX오송역 유치를 위해 충북도민들이 모두 나서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면서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이 공약으로 충북과 세종의 갈등과 논란이 시작됐고 이후 국토부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각종 선거때마다 KTX세종역 신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고 당시 충북 청주 오창을 방문한 이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담으로 일관, 비난을 자초했다. 

중국 당나라의 명재상 풍도(馮道)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마다 편안 하리라(口是禍之門 舌是斬自刀 閉口深藏說 安身處處于)'라고 했다.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은 가볍지 않다. '실수'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당 대표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파급효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감당할 수 없다면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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