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구례의 노란 산수유 꽃을 시작으로 한반도 곳곳에 벚꽃이며 유채꽃 등등, 봄꽃들이 만개를 해서 온 산야가 마치 화폭 속에 들어 가 있는 것 같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산야는 볼수록,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름답다. 우리강산은 사계절이 있어 참 아름다운 곳이다. 꽃들이 만개하는 봄은 다정다감하고 사랑스럽고 희망을 품은 계절이기에 마음을 설레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또 다시,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는 봄!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할 때면 우리에겐 언제나 희망이다. 힘들고 괴로울 때, 마음이 울적 할 때, 봄에 피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품고 있던 힘든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어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얻기도 한다. 꽃은 마음의 보약이다.

그런데 삼척의 유채꽃, 제주의 유채꽃을 갈아엎었다는 소식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한 시간들이 만만치 않았을 것인데, 그리고 그로인하여 관광객들을 통한 지역의 경제적인 부분에 보탬도 되었을 것이며, 일상에 지친 이들이 찾아와 에너지를 충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획과 목적들이 코로나로 인하여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코로나는 지금 전 세계의 난제다. 그렇다고 아름답게 핀 꽃들이 무슨 죄인가!

자가 격리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에 우리 모두 답답하고 힘들지만 자신은 물론 내 가족, 이 사회를 위한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오지 말고 가지 말아 달라는 서로의 약속을 지켰더라면, 기왕에 심겨진 아름다운 꽃들을 갈아엎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정신없는 이 상황 속에서 우리는 총선이라는 숙제가 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월이, 산만한 사월이 되었다. 지역구마다 후보자들이 많아 누가누군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유권자가 보기엔 초록이 동색인 후보자들이다. 이 나라의 앞날을 위한 귀중한 나의 한 표를 누구에게 보태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이편이나 저편이나 각자의 욕심으로 유권자는 물론, 자신들마저 어지럽게 하고 있으니 눈앞이 흐리고 아득하다. 상대를 누르고 올라서야 하는 상황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을 연상 시킨다. 그뿐일까! 이 난국에 북에선 미사일을 공놀이를 하듯, 풍풍 쏘아댄다. 그런데 우리가 미사일을 그들보다 더 쏘아댄다고 하는 후보자가 있다. 이 말을 우린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북을 두둔 하는 것 같은 망언을 쏟아 놓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감당조차 할 수 없었던 날이 있었다는 걸 그새 잊었는가! 천안함 사건!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인하여 꽃 같은 우리의 아들들이 차고 깊고 어두운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 가던 날을. 이 나라를 위해 군복무 중에 사라져 간, 우리의 고귀한 아들들이다. 그런 망언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의 정신을 짓밟는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고운 꽃들이 사랑스럽게 만발한 이 봄날에 어지럼증이 인다. 혼돈스럽다. 무심천 벚꽃구경으로 마음을 달래볼까!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다가 순간, 멈추었다.

코로나19!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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