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 하나 시시하거나 약한 것 없이 강한 힘을 가진 여름이다. 이글거리는 태양, 온 산을 점령한 짙은 초록의 나무들, 젊음을 마음껏 자랑 하고 싶은 도도하고 건방진 칠월이다. 젊다는 것은 끝없는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행동의 계절이다. 여름은 여름답게 뜨거워야 제 맛이 난다. 칠월이 구월처럼 서늘하면 왠지 맥이 빠지지 않겠는가.

나도 여름처럼 철이 없을 때는 나이 들 수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사소한 일도 양보 하지 못하고 내 주장을 하여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 가면서도 그것이 자존심인양 꼿꼿했었다. 종이 짝 보다도 더 얇은 지식을 가지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마냥 건방졌었다. 내 여름은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줄 알았다. 도전도 무모함도 자신감 있는 젊음만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24살의 내 딸아이는 학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이면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짐을 꾸려 비행기를 타고 낮선 나라로 돌아다녀 나를 긴장 시킨다.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젊어 한 때 그렇게 자기 일에 미쳐 보는 것도 지나고 보면 멋진 일이다.

내 여름은 지나갔다. 이제는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안다. 초조함이랄까, 가을을 살아 보지 않은 젊음이 어찌 가을의 쓸쓸함을 알겠는가.

뜨거운 열기만 계속된다면 이세상은 다 타버려 재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뜨거움도 지나간다. 풋풋한 나이는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리고 꼭 끼는 청바지가 멋이 나지만 이제 여며야 볼품이 나고 여유로워야 편안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칠월처럼 뜨겁게 살고 싶다.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저 뜨거운 여름의 태양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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