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2012년 10월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국의 한 통신사 기자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묻는 동영상이 이듬해 인터넷에 퍼졌다.

그 해 7월 25일 방한한 미국 뮤지션 퀸시 존스와 같은 해 8월 14일 영화 홍보 차 한국을 찾은 미국 배우 맷 데이먼은 똑같이 "두 유 노 강남스타일(Do you know Gangnam Style)?"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로 '국뽕'이 있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행하던 때 이 말이 꽤 많이 회자됐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합성어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돼 무조건적으로 한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며 한국사 분야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알려진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역사 갤러리에서 "단군 이전 한민족이 세계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 수메르 왕국을 세웠다"거나 "명나라 황제 주원장조차 조선의 군사력을 두려워했다"며 아무 근거 없이 한국사를 미화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행태를 일컬어 국뽕이라고 했다.

원래의 뜻은 부정적이지만 이게 스포츠·문화예술 분야에 이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 피겨 여왕 김연아, 축구의 손흥민 소식을 접하면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경험을 한 번도 안 해 본 이는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에 있어선 상기한 싸이부터 최근에는 'BTS'(방탄소년단)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세계에 각인됐다.

영화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으로 대표되는 '의료'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모범적으로 대처하며 확산세를 줄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거의 전 세계가 칭찬을 하며 방역 노하우와 진단 키트 공유 요청이 쇄도 중이다.

야당에선 코로나19가 마치 문재인 정권이 잘못해 생긴 양 비난하기 바쁘지만 정부가 사태에 제대로 대응을 잘 하고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확진·사망자 통계를 믿을 수 없는 중국, 귀에 걸지도 못하는 천 마스크를 5200억원이나 써가며 가구 당 2장씩 지급한다는 일본과는 다르다.

적극적인 검사와 투명한 정보 공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검체 채취, 하루 2만건에 달하는 검사,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활용한 역학조사에 세계가 놀랐다.

유튜브에도 이런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점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이런 국뽕에 취한 나머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어떤 나라가 대한민국에 쩔쩔 맨다'는 식의 영상들도 적지 않게 보이고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국뽕의 '뽕'은 마약이다.

계속 거기에 취해 있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조국임은 분명하나 그만큼 냉정하게 상황을 볼 줄도 알아야 한다.

자랑거리 중 하나였던 자발적 사회적 거리 두기도 느슨해지는 듯하다.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염병 사태에서 '방심' 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국뽕에 과도하게 취해 방심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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