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도깨비는 사전적으로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거나 짓궂은 장난을 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는 신으로 정의된다. 어떨 땐 마을의 당신(堂神)으로 모셔지거나 혹은 병을 일으키는 역신(疫神)이 되기도 한다. 특히 도깨비가 소지하는 방망이를 휘두르면 소원이 이루어져 돈이 나오라면 돈이 나오고 금이 나오라면 금이 나온다.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교사가 도깨비방망이 하나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온라인 개강을 앞두고 보낸 공문 한 장으로 원격강의가 '뚝딱!'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은 온라인 개강에 대하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 나라는 경험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원격강의 준비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프로그램이나 기기 사용법을 익힐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마음만 급할 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도 어렵다. 3월 초 개학을 하지 못하고 보낸 시간이 한 달이 넘었는데 이 긴 시간 동안 교육부는 뭘 했는지 대처 방안이 의심스럽다. 

첫째, 온라인 개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개학을 교사와의 소통 없이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여 시행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모르겠다. 대부분 교사는 온라인 개학을 교육부 장관의 담화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오랜 관행처럼 여겨져 왔던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일방통행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둘째, 온라인 개학을 위한 원격강의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며 기기 사용법 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대부분 학교에는 원격강의를 위한 콘텐츠가 구축되어 있지 않으며 기기나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다룰 수 있는 교사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셋째, 원활한 원격강의를 위한 저작권 문제를 교육부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강의 자료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교사가 저작권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강의 자료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대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넷째, 원격강의가 또 다른 교육격차를 만들어내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원격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기기가 없거나 부족할 뿐만 프로그램 조작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맞벌이 가구나 부모가 학습에 동참할 수 없는 가정의 학생들은 원격강의를 제대로 수강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가정에 대한 대책 마련하여 원격강의가 엄마 숙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교육부 원격강의 운영 방식을 각 학교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학부모나 교사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교사들의 집단 지성의 힘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에 구축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렵게 구축되고 있는 원격강의 데이터베이스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교육법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여 진정한 교육혁명의 시발점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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