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충청의 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코로나19에 빼앗긴 산하에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꽃도 풀도 없는 삭막한 땅에서 봄을 맞은 왕소군을 두고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봄이 봄 같지 않은 황량함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어찌 자연을 두고 하는 말이겠는가. 꽃길을 통제하고 꽃밭을 갈아엎는 판이니 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찌 봄일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마저도 시큰둥한 채로 치러지는 것만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마음을 쓰며 살아간다. 만남이 축소되거나 중지되고 미소가 사라졌다. 경제가 추락하고 학교는 문을 닫고 봄노래도 잃어버린 탄식의 계절, 삶이 힘들어지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설 때는 그야말로 이 봄에 희망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러나 도저히 빛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그 어두움의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위대한 한국인의 모습을 본다. 암울한 절망의 봄일 것만 같았는데 이 봄처럼 희망을 주는 봄이 또 있을까?

갑작스런 휴교에 학부모는 물론 모든 보육시설과 유치원, 초중등학교의 선생님들과 대학교수들이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필요가 창조의 어머니라 했다. 급히 돌봄 체제를 마련하고, 온라인 수업방식 Zoom을 이용한 원격수업을 준비한다. 잘 갖춰진 인터넷 망이지만 서투르다. 3, 40분짜리 강의를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동영상을 찾고 녹음을 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다. 진작 준비했어야 할 교육방법의 변화를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겨준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인가.

역병이 창궐하자마자 긴급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잘 갖추어진 의료 및 방역체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에 최선을 다한 수준 높은 의료진, 경제 활동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방역지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국민들 덕분이다. 대구·경북지역의 급증하는 환자들을 위해 달려간 자원봉사자들의 희생, 눈앞에 펼쳐지는 난국의 보며 누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성찰하여 새롭게 떨치고 일어선 국민의식이야말로 최고의 수훈자다.

선진국으로 부러워했던 나라들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새삼 스스로에 놀란다. 미국이, 이탈리아가, 스페인 독일 영국이 어떤 나라들인데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가고 있는가. 텅 빈 거리, 식품 사재기, 냉동 트럭으로 옮겨지는 시신들, 의료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이 진단과 치료에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어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있는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했던 서양이 아니었던가?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면 지옥이 천국이 된다. 심상을 어둠에서 밝음으로 바꾸면 불가능이 가능이 된다. 새로운 희망이 다가온다. 위기의 상황에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며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향하는 교사, 의료진, 자원봉사자, 국민들. 최고의 국민의식에 찬사를 보낸다. 이 찬란한 봄날, 역병의 잔혹한 현실 앞에서 위기에서 빛나는 한국인을 보며, 역병이 끝나고 다가올 이 나라 이 민족의 희망의 계절, 새로운 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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