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점잖은 충청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날이 주기적으로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선거일이다. 역대 대통령 중 충청권에서 표를 못 받고 당선된 예가 없으며, 국회에선 충청권에서 많이 당선되는 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두 세력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대세를 좌우할 열쇠를 쥔 제3의 표 혹은 표결을 좌우할 나머지 표를 가리키기는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는 항상 충청도이다. 매우 흥미로운 것이 여론조사기관들은 표준오차를 ±5% 정도 두는데, 충청도 여론조사는 ±12%까지 넓혀 잡는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이마저도 틀릴 때도 있다고 하니, 선거를 치루는 입장에서 충청도 민심을 잡는 것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이며, 관전하는 국민 입장에서 충청도는 선거를 드라마로 만드는 곳이다.

충청권 전체 의석수는 28석(대전 7석, 세종 2석, 충남 11석, 충북 8석)으로 서울(49석)보다 적지만, 1석이 가진 중요도는 수도권을 능가한다. 그러다 보니 각 정당의 대표나 인지도 있는 인사들이 충청권을 찾아 목소리를 높인다.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 볼 점은 첫째, 충청권의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총 유권자 463만6573명 중 123만1128명이 참여했는데,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충청지역 사전투표율은 충북이 26.71%, 충남 25.31%, 대전 26.93%, 세종 32.37%로 집계됐다.

예전에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정당에, 낮을수록 보수당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었으나, 코로나라는 특별한 재난을 겪어내고 있는 상황이라 확신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의 열기가 본 투표에도 이어진다면 이는 각자의 민심을 분명하게 밝히려는 의도이며 이에 따라 확실하게 국민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충청권은 코로나 재난에 대해 타 지역에 비해 조용하게 대처하고 있으나 분명한 건 민심은 이 상황을, 매우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은 우연이 아니며 이 시국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기를 원하지 확실하게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렇다 저렇다 수다스럽게 늘어놓지 않고, 표심으로 분명하게 밝히는 충청도 민심의 힘이 어느 때보다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론기관들이 발표하는 출구조사와 실제투표의 차이는 자신의 뜻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도 신중하게 계속 고민하며 선택하는 충청도인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더하여 경합지역이 예전보다 늘어난 만큼 여야 지도부와 유력 인사들이 4‧15총선 전 마지막 주말과 휴일을 맞아 충청권을 찾아 화력을 집중했다. 우리 속담에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던가? 결국 4월 15일의 충청민심이 대한민국 민심이며 이것이 천심이 될 것을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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