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수필가·벨로체피아노 대표

 

[기고] 이대성 수필가·벨로체피아노 대표

종합병원 밖은 긴장감이 감돈다. 평소 같으면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던 병원이 지나는 사람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후문과 옆문은 폐쇄되어있고 오직 정문만이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이제 막 품으로 기어드는 봄바람은 꽃샘바람보다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를 틀면 새로운 전염병 확진자가 수백 명씩 증가하고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TV나 신문, 인터넷 뉴스를 보면 온통 코로나 전염병 얘기로 가득 차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 전염병으로 정치 뉴스도 거의 사라졌다. 전염을 막기 위한 예방 품목으로 마스크가 필수품이 되었지만, 마스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유통업자들은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예전보다 몇 배 부풀려 판매한다. 심지어는 취약계층에 나눠 준 마스크가 도난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마스크를 구하는 행렬이 약국이나 우체국에 수십 미터의 긴 줄을 만들었다. 마스크 한 장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고 새치기하는 사람들과 싸움도 일어난다. 급기야는 출생연도의 짝 홀수를 따져 신분증을 지참하고 요일별로 일주일에 1인당 두 장씩 구매할 수 있도록 배급과 다를 바 없는 마스크 5부제 배급제가 생겨났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전염을 막기 위해 사람들 간의 접촉이나 만남을 피하고 친밀한 사람들의 만남이 있더라도 2미터 이상 거리를 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생겨나기도 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질 않는다. 모든 일상이 멈춰선 기분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교의 3월 초 개학이 연기되고 사설학원도 문을 닫았다. 공연도 취소되고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바뀌었다. 친구를 잘 만나지도 않고 모임도 회피한다. 결혼식도 연기되고 취소되기도 한다. 식당도 가능한 이용하지 않고 배달음식이나 도시락으로 배를 채운다. 어쩔 수 없이 집과 일터만 왕복한다. 삶의 공간이 줄어들고 현실이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이렇게 일상이 멈추고 사람들 간의 만남이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이 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필자도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매출이 뚝 떨어졌고,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지만, 집에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영상으로 예배를 드린다. 도무지 사람들이 움직이질 않고 움직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되었다. 이미 전 세계 210여 개 국가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이 발생하여 백 수십 여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사망자는 십만 명에 다다랐다. WHO는 감염병 세계 유행을 인정하고 펜데믹을 선언하였고 세계 증시는 하루에 10% 이상 폭락하는 나라가 속출하며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는 평소에 위기감을 느끼거나 예측도 못 하고 평온한 일상을 보냈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이 닥쳐오니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건강할 때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파봐야 느꼈던 것처럼 어려움이 닥치니 평범한 일상과 여유로움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평상시 무료함이나 투정도 얼마나 행복했던 불평이었는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한편으론 인간의 욕심과 이기적인 행동이 이러한 새로운 질병을 부르지 않았나 하는 회한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가 몇 달 동안 전 세계를 덮치며 인간들의 삶은 제한되고 무참해졌지만, 오염되었던 자연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자연에는 코로나가 백신이며 치료제였고 인간이 바이러스였다. 아무리 발전한 과학이나 고도화된 물질문명도 자연을 다스리는 조물주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하고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이 전염병이 언제 끝날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몇 달 이상 이어지는 어려운 상황이 미로처럼 불안할지라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리라는 희망만 있다면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상자에서 수많은 고통과 절망이 쏟아져 나왔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은 상자 안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전염병의 불안과 우울 속에서도 예전과 같이 평범한 일상이 다시 올 것이라는 희망,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아지며 안정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품는다면 평범한 일상과 여유로움은 다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도 있었던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는데 더 밝은 내일의 태양은 반드시 또 떠오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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