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올해도 봄은 일찍 찾아왔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겨울에 눈이 내리는 횟수는 작아지고 일 년 중 가장 추워야 한다는 소한(小寒)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는데 많이 내린 지역은 100mm가 넘게 내리면서 그야말로 겨울에 장마 비가 내린 것이다. 겨울이 점점 실종되어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겨울엔 눈도 내리고 추운 날씨가 나타나야 하는데 눈이 내리지 않으니 월동작물들의 수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겨울나기가 어렵고 춥지 않으니 과일나무나  농작물에 붙어서 월동하는 병해충의 균이나 알, 그 밖의 세균들이 얼어 죽지 않고 생존확률이 높아지면서 이듬해 농사에서 병해충 방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우리 충북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과 화상병의 경우 병원균인 세균이 사과나무가지에서 월동하는데 겨울이 따뜻하고 봄이 일찍 오게 되면서 화상병원균의 활동도 일찍 시작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피해 또한 커질 수밖에 없기에 이에 따른 농업인들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다. 
 
이렇게 겨울철 추위가 사라지면서 강원도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 등 겨울 축제를 준비하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줄줄이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따라서 봄은 빨리 오면서 금년도 벚꽃 피는 시기가 서울에서 3월 27일로 우리나라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잘 빠르게 왔다고 한다.

이렇게 봄이 빨리 오면서 우리 농업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인데 과수의 경우 모든 과일나무들이 봄이 빨리 온 것을 감지하고 꽃눈을 일찍 발아하기 시작하면서 분명 예년보다 과수의 꽃도 빨리 피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빨리 피어난 꽃은 저온에 노출되면 그 피해가 커지는데 실제로 지난 2년간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에 영하 2도까지 내려가는 이상 저온현상이 발생하면서 사과를 비롯한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준 사례가 있다. 

2018년도에는 꽃이 지고 열매가 맺을 무렵 영하 2도의 저온현상이 나타나면서 충남 예산, 전북 장수 등 우리나라 주요 사과생산지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작년도에도 꽃이 피는 시기에 저온현상으로 사과와 배 등의 과수농가에서 많은 피해가 있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봄 철 이상 저온 현상은 우리가 한 두   번 피해를 본 재해가 아니며 매년 연례행사처럼 겪어오는 일이기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피해 후 대책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 

분명 금년도 봄철에도 저온은 닥쳐올 것이며 지금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사과, 배, 복숭아 등 낙엽과수의 경우 개화 상태에서 0도 이하의 저온이 30~60분 지속 될 경우 꽃에 결빙현상이 생기면서 조직이 파괴되고 이는 수정 불량으로 이어져 과일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품질도 떨어지게 된다. 또한 매개충인 벌들의 활동이 약해지면서 피해는 가중될 수 있다. 

꽃이 지고 막 과일이 맺을 시기에 저온현상이 생겨도 과일에 기형과가 되거나 낙과가 심해지면서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안겨다 준다.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나타날 이후에 저온 현상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올 과수 농가에 커다란 과제라는 사실을 우리는 매년 경험을 통해서 익숙해 졌기에 이제부터는 임기 웅변식이 아닌 시스템을 갖추는 영구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저온현상에 대비하여 방상 팬을 설치하여 송품으로 피해를 예방하는 시설이나 미세 살수 시설을 설치하여 저온 급습 시 스프링 쿨러를 이용한 미세살수로 피해를 예방하는 시설들을 상습지역에 설치하여 사전에 저온피해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이미 핀 꽃이 피해를 입었다면 늦게 핀 꽃들은 인공수분을 실시해야 하기에 꽃가루 공급을 위한 준비와 시설도 보강해야 할 것이다. 

매년 찾아오는 봄철 저온 현상은 이제 우리는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기상재해가 아니고 매년 나타나는 재해라는 사실에 기인하여 장기 기상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사전 방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수원 군데군데 저온 시 태울 수 있는 왕겨와 드럼통을 준비하고 기상관측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여 봄철 저온현상을 천재가 아닌 막을 수 있는 재해라는 사실을 우리의 뇌에 기억되게 해야 한다.인간의 힘으로 막아내지 못할 지구 온난화 현상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활용하고 이용할 것인가는 늘 우리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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