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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세상을 바꾼다정우천 입시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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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15  17: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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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아파트 현관의 포스터가 자못 위협적이다. ‘국민 행동지침’이란 제목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관한 내용이다. 포스터에서 정한 날짜는 이미 지났지만,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고 위압적이다. 평온한 일상이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자유를 제한하는 일들이 코로나 19 사태 아래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갑질이라는 비난에 시도하기 힘든 기업의 장기 무급휴가도 큰 반발 없이 진행된다.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는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이런저런 반발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변화가 전염병의 공포 아래 손쉽게 진행된다. 공포는 어쩌면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동기이다. 여러 번 금연에 실패하던 사람도,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진단에 단번에 금연에 성공하기도 한다. 우주적 위기도 극복하던 어벤저스의 나라 미국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당해 뉴욕이 쑥밭이 됐다는 소식이다.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전 세계를 휩쓸고 인류를 위협하는 이 역병도 진정되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세상은 변화해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의 연구처럼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폐스트도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당시 유럽 인구의 1/3을 감소시킨 페스트는 노동력 감소로 이어져 임금을 올리고 노동자의 지위도 올려놓았다. 전염병의 창궐과 노동력의 감소는 기술 혁신을 가져오고, 그리고 세상도 바뀌었다. 결국, 페스트는 봉건제를 약화하고 전체적으로 국가 성장의 계기가 돼, 이후 대항해 시대가 열린다.

스페인 침략자들과 함께 바다를 건너간 천연두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아메리카대륙을 바꿔놓았다. 이미 천연두에 내성을 가진 스페인 군대가 가져온 바이러스는 그들이 가져온 총칼보다 훨씬 치명적으로 잉카제국을 휩쓸고 무너뜨렸다. 그 후 남미에서 유럽으로 흘러온 금과 은은 유럽의 금융질서를 바꾸고 자본주의를 싹틔운다. 이 경제적 풍요는 계몽사상과 시민 정신의 뿌리가 된다. 이 토대 위에 일어난 프랑스대혁명을 비롯한 시민혁명이 유럽 각지에서 일어나며 역사는 중세를 닫고 근대의 문을 연다.

비자(VISA)도 없이 세계를 넘나드는 코로나는 이미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공권력도 어쩌지 못하던 시위와 집회를 중지시켰으며, 대형화 상업화로 치닫던 종교의 예배 형태도 바꿔버렸다. 일에 묻혀있던 부모가 가정으로 돌아와 가정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다. 오염의 주역이던 공장들이 문을 닫고 항공기 운항이 줄어 지구가 정화되고 있다. 바람이 불면 동물은 돌담 뒤에 숨고 인간을 풍차를 돌린다고 한다. 위기에 대한 대응은 극복만 된다면 최고의 경험적 자산이 된다.

지구의 입장에서는 인간처럼 해악을 끼치고 무차별적으로 지구를 파괴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지구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바이러스의 도움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 돌이 바닥나 석기시대가 끝나는 게 아니라, 청동기가 발견돼 석기시대가 끝났다. 이 바이러스19 사태는 인류에게 지구와 공존하는 새로운 방법을 깨우쳐 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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