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국가운명 조타수인 21대 국회 300명 의원 탄생을 축하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으나 금배지를 놓친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득표란 후보자 개인은 물론 당의 목숨 줄과 같다. 대형 코로나19 악재에 인물·정책조차 알기 힘든 ‘깜깜이 선거’일 줄 알았는데 민심은 정말 무서웠다. 마지막 투표함 계수 종료까지 엎치락뒤치락 그야말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선고였다. 사람을 가려 뽑기란 워낙 윷판놀이 같아서 도진 개진 모·걸 진처럼 잡고 먹히는 아슬아슬한 일 쯤 흔하다. 낙선은 낭패가 아니라 누구나 한두 번 고꾸라져 생기는 근육이다. 설령, 억울할지언정 ‘승복 어쩌구 저쩌구’ 깐죽거릴수록 울분만 쌓인다. 그렇다고 당선 역시 엄청난 벼슬은 더 더욱 아니다. 지역구민으로부터 고용된 4년 기간제 '머슴'이니 쌍욕을 바가지 채 먹는 자리란 얘기가 솔솔 나돌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 여당 압승·야당 참패로 정치 지형 변화를 가져왔다. 충북 8개 선거구의 빅 매치 역시 4년 전 대비 여야 균형이 여당 쪽에 기울었다. 새내기 네 명 배출, 큰 별 낙하 소리로 ‘세상 모든 건 바뀐다’ 는 정치 섭리에 돌아볼 게 많아졌다. 아무튼 여·야, 구태·신인의 중량감은 달라도 세대를 아우르는 정치 레시피가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공천과정에서 출중한 인력풀도 여럿 거명됐으나 진흙탕 구르기를 뿌리친 침묵의 둔중함을 어쩌랴. 후보자 초청토론 1:1질의 답변 중 “혹시 20대 총선 후보 때 첫 번째 공약을 알고 계십니까? (잠시 머뭇거리다) 모르겠는데요. 그럼 두 번째 공약은? (기침 소리만 들릴 뿐) 모르시는 거죠?” 다섯 번 째 공약까지 묵묵부답이면서 예산 수 조원과 일자리 창출까지 장밋빛 사탕발림에 숨 가빴던 디테일 부족을 기억한다.

필자는 ‘유권자를 호구로 생각하면 완패’란 부제 아래 “쇄신·청산 구호를 걸어 명패만 대통합이고 신당이지 ‘동상이몽’인 수십 개 정당의 비례대표 장난기 발동은 비아냥거리를 만들었다.” 며 본보(2020년 3월 20일자)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50cm 가까운 그것도 3번부터 시작된 요지경 비례대표 투표용지, 웃음을 참으려고 이를 깨무니 “도대체 언제 다 읽으라고 이렇게 길어 …” 바로 옆 기표소에서 거드는 소리가 들렸다. 애초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늘 조마조마했던 20대 국회 명작으로 회자될 메가톤급 선거 바이러스 맞다.

금배지에 담긴 진정성 있는 책무야 말로 무한하다. 당선자 마다 후보자 시절 지역구 발전 및 국가 도약의 전천후 공약을 목청이 터지도록 외쳐댔다. ‘당선만 시켜주신다면’ 정파와 관계하지 않는 민의를 제대로 읽어 국정안정을 장담했잖은가. 거대 공룡으로 재무장된 집권여당 입장에선 축배에 비틀거리다 자칫 오만의 늪을 방황할 수 있다. 야당 눈치 볼 필요 없이 단독 처리 탄력을 받았으니 마음먹기 나름이다. 그러나 유권자 호흡을 맞춰 상머슴 되는 건 성적표가 준 예의이고 정돈된 입법보다 절절하다. 마이너스 경제성장 전망과 피폐해진 삶의 공포 등 유례없는 국난 과제를 짊어졌다. 금배지 실체적 호칭으로 ‘가려 뽑힌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인 ‘선량(選良)’의 결기,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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