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자
청주 문인협회 부회장

두 개의 도시락을 챙겨 들고 어깨를 늘어뜨리며 멀어져가는 아들을 14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자니 마음이 무겁다.

등록했던 대학교를 그냥 다니고 말일이지 어찌하여 재수는 하겠다고 해서 저 고생일까.

날씨가 더워지니 체력은 더욱 떨어지고, 매일 서너 시간 정도의 수면만을 취하다 보니 누적된 피로가 아이의 얼굴색을 누렇게 뜨게 해 어미 된 심정은 딱하기만 하다. 그러나 부모 된 도리로 자식이 재수하겠다는데 기회를 주지 않을 수가 없어서 선뜻 허락은 했었지만, 교육비 대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협약 기업체 대표와 21개의 학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이지만 이러다 보니 취업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또한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의 고통과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 과제'라고.

우리나라는 사교육만 잡으면 정권은 대박을 치고 민생은 허리를 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느 정권도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정착되는가 싶으면 또 바뀌고 사방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입시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전략, 진학전략을 교란시켰다.

그러다 보니 사설학원의 진학정보에 귀 기울여 의존하고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이 정부가 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말한 것에 대한 명쾌한 답은 있을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2차에 걸쳐 '마이스터고'로 개교할 21개교의 고등학교를 선정했다. '마이스터고'란 사회에서 인정받는 기술 명장을 키우는 우수기술 인재 양성 학교라고 한다.

이 학교는 2010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며 2011년까지 50개교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기업들이 요구하는 우수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 학교로 만들고 지역 내의 기업과 협약을 해 모든 것을 지원받고 졸업생들은 우선 취업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의도대로 '마이스터고'가 성공적인 개교를 하고 우수한 인재를 배출시켜 현장에서 능력을 발휘한다면 학생, 학부모, 기업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을 다니지 않더라도 일생을 전문 분야에서 존경받으며 월등한 수입으로 일 할 수 있다면야 지금처럼 누구나 대학을 가려고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일류대학교를 나와야만 장래가 보장됐다. 그렇기에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를 감당해야만 했고 학생들도 공부의 노예로 전락해야만 했다. 또한,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숨찬 학교생활을 해야만 했다.

부디 대통령의 말처럼 이제부터라도 학력보다는 실력이 우선되고 대학에 가는 것보다 '마이스터고'에 들어가길 원하는 시대가 몇 년 안에 꼭 오길 기대해 본다. 그래서 각자의 몫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살아가는 선진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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