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대학원장

겉으로 그럴싸해 보이는 조직들이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크게 뻗어나가지 못하거나 심지어 쇠퇴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조직 내 소수 세력이 의사소통의 흐름을 장악하여 원활한 소통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소수 집단이 의사소통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를 뒤집어보면, 조직 내 다수의 입을 막고 그들을 소외집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하면 동기부여가 낮아지고 그로 인해 성과도 떨어진다.

이번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은 참패했다. 선거운동 중에 몇몇 야당 후보자들이 국민들 귀를 거스르는 막말을 토해냈고, 여기에 놀란 다른 후보들이 지도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의 소수 의사결정 집단은 유권자 기대수준에 부응하는 조치를 취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중도세력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도 소수의 집권세력이 언론마저 통제하면서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다수 대중들이 정확한 실태파악과 능동적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람들을 신바람 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참여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그것을 기반으로 한 발언권이다. 개방사회에서는 그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전체 구성원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갖춘 조직이나 사회일수록 건강하고 경쟁력도 높다. 개방과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조직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때문에 조직이 윤리적 의사소통 시스템과 기술을 갖추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어느 조직이든지 그것과 연결된 소비자들은 바로 그 조직의 감시자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SNS를 통하여 어떤 일도 결국에는 다 드러나고 마는 투명사회이다. 따라서 윤리적 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공통된 인식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신기술의 도입 또한 조직의 의사소통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조직은 더 정밀하고 인간화된 기계와 장비를 통하여 시장과 고객에 대한 접근을 높여가려고 한다. 하지만, 감성과 설명이 부족한 기계화는 고객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불만이 증가하면 고객의 마음을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한국에서 디지털 의사소통은 세대 간, 도농 간에 격차가 크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모든 소비자들이 환호하고 지지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의 핵심은 기계나 기술에 인간의 감성을 입히는 것이다.

의사소통이란 결국 생물의 몸에 흐르는 피와 같다. 조직이 높은 경쟁력을 갖기 바란다면 의사소통이 활발하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직의 구조를 개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조직 내부 구성원이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고도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보고하기 어렵다면, 그것 자체가 위기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성공적 대처가 개방적이고 인간적이며, 윤리적인 의사소통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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