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기고] 김상규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고대 문명 발상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가장 강력한 왕국이면서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바빌로니아 왕국은 기원전 1530년에 조그마한 부족에 의해 멸망했다. 주목할 부분은 그 조그마한 부족이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히타이트 부족이라는 점이다. 이때부터 철기가 도입되고 오리엔트의 대부분의 강국들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부흥의 노력을 하지만 시대변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새로운 철기국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가 있다. 한반도의 역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중심의 큰 줄기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철의 제국, 가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나라 이름을 ‘쇠를 관리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금관가야라고 지었을까? 연맹국가였기에 국난에 똘똘 뭉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부셔져 버렸지만 세 나라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철의 나라라고 기억되는 가야를 통해서 우리는 신소재의 가치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소재와 기술은 한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좌표이다. 지난해 7월 국제자유무역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가 주력산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안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일었다. 가공무역, 조립무역 중심인 대한민국 산업구조를 바꿀 항구적 대책은 무엇일까? 최근 정부에서는 기초과학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구축에서 답을 찾았다.

방사광가속기는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거대 현미경을 말한다. 이는 기초과학 뿐만 아니라 소재부품, 반도체, 바이오 등 원천기술개발에 널리 활용되는 범용장비이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재 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월 ‘CES2020’에서 17세기 이래 가장 오래된 과학기술기업으로 무려 352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머크CEO가 말한 “4차 산업혁명은 강력한 소재기술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의 축적된 연구와 D.N.A와 같은 기술융합은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한 복지를 실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인류의 진보에 기여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방사광가속기 신규구축에 대한 정부의 정책결정은 적극 환영받을 만하다. 문제는 위치다. 지역혁신의 중심에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두고 전국 지자체에서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적절한 부지선정에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인 SOC는 대한민국의 고른 발전을 중요하게 고려, 평가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국가연구개발사업은 조기 성과창출과 활용성, 파급력을 매우 높게 평가해야할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설이 과연 어디에 구축되어야 대한민국의 기초과학과 첨단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전국으로 성과를 확산할 수 있는지 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중부권 구축이 바로 해답이 아닌가 싶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그간 산업계와 과학계의 시름을 덜어 연구 갈증을 해소하고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환히 비추는 미래성장의 희망이 우리 충북에서 싹트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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