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가정의 달인 지난 5월 28일 아내와 함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싱그러운 산하가 차창너머로 전개되고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비친다. 학생들과 생활하며 교직에 몸담아온 어언 31년 강산이 세 번 바뀔 세월이고 보니 채근담의 “세월의 흐름이 부싯돌 불빛(石火光中)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오늘은 한국일보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22회 한국교육자대상(韓國 敎育者大賞) 시상식이 있는 날이다. 무엇하나 이룬 것 없이 ‘스승의 상’을 받게 되었다. 시상식에 청주고 시절의 제자들이 바쁜 공부(公務)를 제처 두고 꽃다발을 들고 단상에 올랐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청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고, 빙수위지 한어수(氷水爲之 寒於水)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더 차다”는 말이 생각나며 늠름한 모습제자들을 보니 출람지예(出藍之譽)의 보람을 느꼈다.

그 동안 충주중, 청주고, 청주여고 등 여러 학교를 거치며 담임을 맡아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생활해 왔고, 그래서 청주고, 청주여고 출신의 부부제자들이 많다. 연구사로 학생지도와 교원연수를 그리고 장학사로 생활지도와 정신교육을, 충북대사범대학부설중학교에서 교감으로 사범대생들의 교육실습의 일익을 담당했고, 고향인 음성고 교장과 청주시 청운중, 모교인 청주고교에서 교장으로 지내왔지만 무엇하나 이룬 것 없이 보낸 부끄러운 세월이었다.

청주고 교사시절에 교정에 서 있던 소나무가 장송(長松)이 되어 교장실 앞에 늠름한 자세로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세월의 흐름 속에 장성하여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들의 모습과 같다.막상 큰 상(賞)을 받고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고 어깨가 무거워진다.

지난 5월 5일은 청주고 개교 79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청주고는 내가 청운의 꿈을 품고 고교시절을 보낸 모교요, 젊은 날 제자들과 5년을 동고동락했고, 이제 교장으로 학교를 맡게 된 크나큰 인연이 있는 학교다. 제자이며 동문체육대회 주체기인 57회의 도움으로 교정에 立石을 하게 되었다. 웅비(雄飛), “청주고(淸州高)의 젊은이여! 웅지(雄志)를 품고 비상(飛上)하라”는 동문들의 후배사랑을 전하고저 못 쓰는 글씨로 붓을 들었다.

“부족한 저에게 큰 상(賞)을 받도록 도와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리고 한국의 청소년들이 세계 속에 웅비(雄飛)하기를 빈다”고 한때가 어제 같은데 17년 전의 일이다.

예기(禮記)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효유삼(孝有三), “효도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하여 대효존친(大孝尊親), ‘대효(大孝)는 어버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고 , 기차불욕(其次弗辱), ‘둘째는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요’, 기하능양(其下能養), 셋째는 ‘봉양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9일에는 송백회(松伯會) 김지홍회장 차로 김동욱 송원회 회장과 두모임의 초대회장으로 고문인 내가 장재영 충북고 교장의 모친(89세)께서 서거하셔 괴산에 가는 길에 사리면을 지나다 보니 근처에 부모님 유택이 계셔서 7남매를 두고 77세에 떠나신 어머님께선 아들이 청주고에 입학하고, 청주고 교사가 되자 기뻐하셨는데, 2년만 더 사셨어도 “둘째아들이 모교인 청주고교장이 된 모습을 보셨을 텐데”하게된다.

장재영교장은 홀로 계신 어머니를 괴산교육청 교육과장으로, 그 후에 교육장으로 두 번 모셨으니 기차불욕(其次弗辱)이 아니고 기쁨을 드렸으니 효도였다. 둘째인 제가 부모님을 모시지 못했으니 不孝父母死後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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