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라'는 말이 있다. 원문은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다.'임금은 배와 같은 존재요, 서민은 물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순자 왕제편에 실려 있는 글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뒤집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순자는 백성과 임금의 관계를 이렇게 물과 배에 빗대어 말을 하였다. 민심의 무서움을 나타낼 때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이 아끼던 중신 위징이 이를 인용해 간언함으로써 더욱 유명해진 고사성어다. 하루는 당 태종이 위징에게 '군주가 어떻게 해야 명군(明君)이 되고, 어떻게 하면 혼군(昏君)이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위징은 '군주민수'를 인용을 하였다. 위징은 황제에게 300번 넘게 간언하였다고 한다. 당 태종의 정치철학을 정리한 정관정요에는 위징의 간언이 많이 실려있다. 위징이 병사하자 당 태종은 사흘간 식음을 전폐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위징이 죽은 뒤 간언할 중신이 없어졌다. 당 태종은 고구려 정벌에 실패한 후 "위징이 있었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를 하였다고 한다. 당 태종은 '군주민수'를 스스로 경계하는 글로 삼았다.

백성을 거스르는 지도자는 있을 수 없다. 민의를 거스리는 국회의원도 있을 수 없다. 또 국회의원들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민심은 야당을 심판을 하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른 총선에서 민심은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주면서 보수야당에 변화를 촉구하였다. 무서울 정도로 단호한 민심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여당은 자만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야당도 반성하고 태도를 바꿔 초당적으로 협조해 국난 극복에 나서야 한다. 민심을 받들어 이제는 동물국회나 식물국회가 아닌,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를 바란다. 문재인 정부도 남은 2년 뚜렷한 경제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책임 또한 국민이 엄하게 물을 것이다.

여야 모두가 화해를 통하여 국민화합과 희망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말이 실천으로 입증되길 바란다. 문 정권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해 지방권력도 이미 장악한바 있다.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중 14명이 민주당 출신이고 광역의회 의장도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다. 지방의회 역시 싹쓸이 수준이다. 기초단체장도 절반이 훨씬 넘는 곳이 많다. 시도교육감도 대부분 친전교조 성향이다.

이렇게 완벽하게 한 세력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은 전무후무할 지경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2년 동안 선거도 없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일도 없다. 오만과 독주가 벌어질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다.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다. 모든 권한을 가졌기에 책임도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 여당 내부에서라도 적절히 브레이크를 잡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지 않도록 평형수 역할도 해야 항상 주장하는 '나라다운 나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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