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임
국어강사

내 오래된 자전거는 어설프지만 명색이 산악자전거인지라 투박하고 튼튼하다. 그리고 그 외모에 걸맞게 꽤나 무겁다.

지금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자전거를 타는 일은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인도는 인도대로 차도는 차도대로 자전거로 다니기가 어려웠다. 자전거 전용 도로라는 말은커녕 인도도 지금에 대면 턱없이 좁은 곳이 많았고 아예 인도 없이 가로수만 있는 곳도 있었다. 사정이 많이 나아진 지금도 나의 자전거 타기는 때때로 터프해 지곤 한다.

바퀴가 펑크나 땜질을 하기도 하고 브레이크 줄도 몇 번쯤 갈고 이런저런 세제들로 닦아내도 사라지지 않는 녹슨 부분 때문에 얼핏 보기에도 낡은 자전거지만 나는 쉽게 새 자전거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헌 자전거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만 힘을 줘서 발을 구르면 삐걱삐걱하며 비명을 지르는 자전거라서 굳이 종을 울리지 않아도 앞에 걷던 사람이 뒤돌아보고 비켜 줄 지경이지만 언젠가 가파른 비탈길을 고생하며 끌어올리는 데 뒤에서 말없이 밀어주시던 낯모르는 아저씨의 친근한 미소나 무심천 끝을 보겠다며 언니와 함께 겁도 없이 몇 시간을 달렸던 기억이며 쉽게 생각하고 이모의 산소가 있는 목련 공원까지 갔다가 고생했던 것과 뜻하지 않는 곳에서 펑크가 나서 땀을 뻘뻘 흘리며 끌고 집에 오던 기억까지. 지금 내 자전거는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랜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온 친구처럼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 많은 것이다.

이 낡고 튼튼한 자전거처럼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묵묵히 하지만 듬직하게 내 옆을 지켜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였었던가 하는 생각에 얼굴을 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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