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 작업중 갑자기 대형 폭발…불길 무섭게 확산

▲ 연합뉴스

 '대규모 폭발·급격한 화염·다량의 농연(짙은 연기)'.

최소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참사에서 인명피해를 키운 세 가지 요소이다.

화재 발생 직전인 지난 29일 오후 1시 30분께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는 냉동창고의 단열재로 쓰이는 우레탄폼 희석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레탄 원료와 시너 등의 희석제를 혼합할 때에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최고 20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있고, 이 과정에서 유증기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작업 장시에는 지하 2층에 인화성 유증기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알 수 없는 점화원에 의해 순간적으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불은 주변 가연성 물질로 번지면서 급격하게 확산했다. 이때 불길이 워낙 빠르고 거세다 보니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수습된 희생자 일부는 옷이 모두 탄 상태로, 이들은 최초 폭발로 인해 혹은 불이 옮겨붙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화재 발생 9분 만에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불은 이미 건물 전체를 집어삼킬 듯이 커진 상태였다.

해당 물류창고는 샌드위치 패널로 건축된 탓에 불이 붙자 일산화탄소, 사이안화수소 등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유독성 가스를 다량으로 뿜어냈다.

화재 현장에서 유독성 가스에 노출될 경우 불과 수 초 만에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소방당국이 화재 패턴을 확인한 결과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은 폭발에 의해 패널이 파손되거나 화염으로 소실됐으나, 지상 2층 이상은 파손이나 소실은 적고, 그을음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지하층서 일어난 대규모 폭발로 급격하게 화염이 치솟았으며, 이로 인해 짙은 연기가 상층부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지상 2층 실내의 경우 화염에 의한 피해가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 미뤄 볼 때 상층부의 사망자 중에는 유독성 가스에 질식해 숨진 이들도 많으리라 추측된다

희생자는 지하 2층∼지상 1층에서 각 4명, 지상 2층에서 18명, 지상 3∼4층에서 각 4명이 수습됐다.

방재 전문가들은 구획(칸)으로 나눠진 일반건물과 달리, 하나의 큰 공간으로 설계된 물류창고의 구조적 특성과 완공 전 소방시설 자체가 미비된 공사 현장이라는 점도 인명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30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사망자 38명 중 29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합동 현장 감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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