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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錢)이라는 글자곽봉호 옥천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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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07  16: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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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곽봉호 옥천군의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텐데 멀리하고 초연하게 살면 우러름을 받는다. 돈에 관한 격언을 보면 모든 악의 근원이라거나 비애와 번뇌의 시초라며 대부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물론 ‘돈은 사나운 주인이요, 훌륭한 종이다’라고 하며 이중성을 말하거나 ‘무거운 지갑은 마음을 가볍게 한다’고 긍정적인 표현도 간혹 있기는 하다.

우리의 조상들도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錢可通神)는 말로 돈의 위력을 알고 있었지만, 입으로 돈을 말하지 않는 것(口不言錢)이 양반의 도리라고 했다. 돈은 칼을 뜻하는 도(刀)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설이 있다.

고려 말까지 화폐를 의미하는 글자로 전(錢)과 도(刀)가 다 같이 나란히 쓰였고 소리도 돈, 도로 같이 쓰다가 조선시대 한글이 창제된 후 돈으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돈에는 칼(刀)의 훈계적 의미가 담겨있다. 즉 돈은 지나치게 많이 가지게 되면 칼(刀)의 화를 입기 때문에 그것을 훈계하는 뜻으로 돈을 도라하고 그것을 돈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돈에 얽매이지 말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돈에 미치면 눈이 멀 수도 있다. 하루 종일 부자가 될 궁리만 하는 제나라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옷을 잘 차려입고 시장 구경을 나갔더니 장사꾼이 시장에서 금을 팔고 있었다. 이 사람, 금을 보더니 갑자기 정신이 나갔다. 장사꾼의 금을 재빨리 한 주먹 움켜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장사꾼이 “도둑이야” 소리치면서 뒤쫓았다. 멀리 달아날 수도 없었다. 순찰 돌던 포졸에게 곧바로 붙들리고 말았다. 포졸은 붙잡힐 것을 알면서도 금을 훔쳐 달아난 이유를 물었다. “금을 집어 들었을 때, 내 눈에는 금만 보였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인확금(齊人攫金)’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제나라 사람이 돈을 움켜쥐었다는 소리다. 돈에 환장하면 사람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법이었다.

최근 무형의 욕심에 눈이 가려 앞뒤 못 가리고 제나라 사내와 같이 행동하는 사례가 우리 주위에 빈발하고 있다. 그것도 가질 만큼 다 가진 사람들이 이 같은 작태를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꼴사납다.

욕심은 부릴수록 더 큰 불행을 낳는다. 자신만 망가지는 게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우선 자신의 마음부터 다잡아야 한다. 나밖에는 아무도 안 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눈을 돌려 멀리 보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뭇잎으로 눈을 가리면 앞의 태산도 보이지 않고 콩알로 귀를 막으면 우레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錢)이라는 글자는 금(金)+창(戈)으로 이루어져 있다. 돈에는 창이 달려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 자루가 아니라 위아래로 두 자루나 달려 있다. 돈을 잘못 좋아하다가는 그 창에 찔릴 수 있다. 그래서 속 깊은 선비들은 돈을 돈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돈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은 중국 위진(魏晉)시대 진(晉)나라 사람인 왕연(王衍)이란 사람은 아도물(阿堵物)이라고 했다. 이놈의 물건이라며 멀리한 것이다. 오늘날 그런 선비가 새삼 그리운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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