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아침 조, 석 삼, 저물 모, 넉 사. 조삼모사(朝三暮四)를 직역하면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인데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잔 꾀로 상대방을 현혹한다'는 뜻 이다. 열자(列子)의 황제편에서 전하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송나라 때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저공은 원숭이와 워낙 친밀해 원숭이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설화는 전했다. 원숭이 먹이로 도토리를 주었는데 원숭이 수가 늘어나자 많은 도토리를 구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저공은 원숭이를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저공은 다시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였다.  그제야 원숭이들이 좋아하였다. 

저공은 원숭이 먹이를 줄이면 원숭이들이 당연히 싫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술수를 낸 것이다. 처음에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준다고 해서 원숭이들이 불만을 터뜨리게 해놓고 슬쩍 조건을 바꾸어 원숭이들을 혼란에 빠뜨려 문제를 회피하려 한 것이다. 어리석은 원숭이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두 번째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이처럼 조삼모사는 저공처럼 간사한 꾀를 내어 남을 속이는 것을 지칭할 때 주로 쓰는 고사성어다. 당장 눈앞에 나타난 현상만 보고 나중의 결과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이나 상황을 비유할 때도 자주 인용된다. 한정된 재원으로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내려고 할 때 미래의 불투명한 큰 이익보다 현재의 작지만 확실한 이익에 반응하는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조삼모사의 원용이라 하겠다. 세상에는 저공처럼 간계로 남을 속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원숭이처럼 속아 넘어가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원숭이는 되지 말아야 한다. 겉에 드러난 현상만 보고 잘못 판단했다가 큰 피해를 입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면서 고소득자와 공무원들은 '자발적 기부' 형식으로 준 돈을 다시 거둬들인다는 발상이다.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할지 말지 여부를 지원금을 받는 입장쪽에서 선택해야 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혹여 기부를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자발적 기부라 하지만 해당되는 상위층 국민들은 비난의 화살이 두렵기에 '관제 기부'를 유도하려는 발상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공약이기에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지만 이제 와서 고소득층과 공무원 등에게 책임 일부를 떠넘기려는 것은 찝찝할 뿐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당정이 장기적인 재정여력을 숙고해 결정할 일이지 일부 상위층 국민에게 논란이 이어지도록 하는 모습은 정부의 품격을 떨어지는 듯 해 아쉽다.  코로나19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로 마무리 지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사각지대를 최소화 하야만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바라보는 관제기부 문화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높은 지지를 받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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