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호평을 받던 대한민국의 방역 역량이 일부의 방심으로 인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바로 서울 이태원 클럽 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집단 감염 사태를 촉발했다고 알려진 '용인 6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지 불과 사흘 만인 지난 9일 낮 12시 기준으로 감염자가 40명에 달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도 한 달 만에 다시 30명 대로 늘어났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충북을 비롯해 서울, 경기, 인천, 전북, 부산, 제주 등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다른 지자체에서도 주민 다수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최소 100명이 넘으며 최대 수백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코로나 이태원 클라쓰'다.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클럽을 포함해 유흥·종교·실내체육시설·학원에 대한 '운영 중단' 권고를 '운영 제한'으로 낮췄다.

하지만 신천지의 사례에서도 증명됐듯 이들 시설의 집단 감염 위험이 크거나 이미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더 신중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젊은 층이 한꺼번에 입장하는 클럽에서 마스크 착용과 1∼2m 거리두기 등 수칙을 준수하라는 행정명령이 지켜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 우려되는 건 클럽 방문자들이 지역사회로 돌아가 가족과 직장 동료, 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는 2차 감염이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중에는 백화점과 병원, 콜센터 등 대규모 감염 우려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집단 감염에 용인 66번 환자 외에 추가 감염원이 있을 것이라는 정황도 우려를 키운다.

당국은 황금연휴 시작 전날인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 새벽까지 이태원 클럽 방문자 7000여 명의 전수조사에 들어갔지만 파악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인적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입장객도 여러 명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각계에서 그렇게 강조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이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졌다.

이번 사태를 더 키우지 않고 대규모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려울 때 보여줬던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다시 한 번 상기함이 필요하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에 앞서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 하고 감염 예방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오는 13일 고3부터 시작되는 등교 개학 취소·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 환원 등을 주장한다.

지레 겁먹을 건 없겠지만 필요하다면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

이해와 협조를 바라며 시간을 잡아먹어선 안 된다.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 'K-방역'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도록 모두가 합심하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