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확산세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확진자 중 한 명이 이태원의 성 소수자 클럽에 다녀갔다고 알려진 다음부터다.

이들에 대한 혐오는 마른 나무에 옮겨붙은 산불처럼, 감염증 확산세가 다시 불붙는 것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관련 기사들에 달리는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이같은 상황이 확연히 드러난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표현이 여기저기에서 아무렇지 않게 난무한다.

이런 모습은 성 소수자들을 대하는 사회 일각의 여전한 시각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나서서 혐오 경계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특정 커뮤니티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차별과 배제는 방역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외신들까지 한국의 성 소수자 차별 우려 이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니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치부해버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성 소수자이건 아니건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 소수자이냐 아니냐에 앞서 저들도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방역 당국과 연락이 안 되고 주소 등을 허위로 게재하는 등의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현재로선 차별은 방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을 신천지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을 키웠던 그들과 이번 경우는 다르다.

지금 관건은 방역 당국에 대한 성 소수자들의 신뢰와 협력이다.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서 숨어있기 보다 당국을 믿고 검사 절차에 협력해야 한다.

소수자인 자신들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이 온전히 존재하려면 자신들이 속해있는 공동체의 방역과 안전이 선행돼야 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7개 성 소수자 인권단체가 성 소수자들이 차별 없이 검사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를 꾸린 이들 단체는 성 소수자들이 안전하게 검사를 받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방역 당국과 소통하며 검사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특정 언론이 뿌려대는, 방역과 무관한 개인정보 보도와 인천시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단 수소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혐오 선동과 낙인찍기를 우려했다.

해외에서 연일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방역을 극찬했던 이유를 떠올려보자.

정부와 방역 당국의 적절한 조치 덕분이지만 자발적인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들의 선진 의식도 한 몫 했기 때문이 아닌가.

비난하는 이들도, 비난 받는 이들도 지금은 양 측 모두를 위해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와 더불어 당국은 성 소수자들이 만약에 있을 아우팅(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처럼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감안해야 한다.

다시 나타난 코로나19 확산세를 지혜롭게 막아 다시 한 번 'K 방역'의 자랑스러움을 만방에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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