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부 지침 따라 신청 메뉴에 항목 포함
"온라인 신청 때 실수 유도하는 듯… 기분 나빠"
"행안부 "재차 확인토록 개선 요청… 수정 가능"

▲ 사진:연합뉴스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카드사와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기부금 신청 절차를 문제 삼는 '기부 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논란은 정부가 카드업계에 긴급재난지원금의 카드 신청 메뉴 안에 기부 메뉴를 설치하도록 지침을 내리면서 발생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이튿날인 12일 각 카드사 콜센터에는 '기부를 최소화 하겠다'거나 '기부 금액을 변경 하겠다'는 등의 문의가 잇따랐다.

전날부터 충청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실수로 재난지원금 기부 버튼을 눌렀는데 돌려받을 수 있느냐", "기부 금액 수정이 가능하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은 실수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했다면서도 신용카드사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메뉴 안에 기부 메뉴가 설치돼 있어 기부 의사가 없어도 실수로 버튼을 누르게끔 유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충북에 거주하는 주부 A씨(39)는 "온라인 신청 때 일부러 실수하게 만들어 기부를 유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빴다"고 전했다.

현재 일반적으로 각 카드사 지원금 신청 화면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본인 인증을 하면 고객이 받는 지원 금액이 나오고 기부금 신청 항목도 나온다.

신청 과정에서 연달아 '동의' 버튼을 누르거나 내용을 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항목을 체크하던 사람들이 무심코 기부 항목에도 '동의'를 표시한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카드업계에 긴급재난지원금의 카드 신청 메뉴 안에 기부 메뉴를 설치하도록 내린 지침 때문에 발생했다.

카드업계는 당초 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 신청 화면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정부가 반대했다.

정부는 지원금 신청 절차 내에 기부 신청 절차를 삽입하도록 지침을 내려 현재와 같은 기부 신청 절차가 마련됐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취소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 글 작성자는 "수령 금액을 확인하는 것처럼 돼 있어 금액을 적었는데 기부된다는 걸 다음날 알게 됐다"며 "교묘한 배치(절차)로 인한 오류 기입"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슷한 민원과 문의가 쏟아지자 정부는 신청 화면 개선을 각 카드사에 요청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행안부 관계자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13일부터는 전액 기부를 선택할 경우 팝업창으로 재차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카드사에 개선을 요청했다"며 "기부금을 실수로 입력하면 신청 당일 카드사 콜센터와 홈페이지에서 수정할 수 있게 했고, 당일 수정하지 못해도 추후 주민센터 등을 통해 수정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 신청 첫날인 지난 11일 하루 동안 전국 180만7715가구가 총 1조2188억3800만원을 신청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남도가 7만2276가구에서 495억5900만원을, 대전시는 6만489가구가 419억1500만원을, 충북도에선 5만3131가구가 363억7500만원, 세종시에서는 1만5389가구가 110억 8500만원을 각각 신청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