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등교 수업이 다시 연기되면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대입 전형 지침과 관련해 교육부와 대학 측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별·계층별 차이가 발생할 소지가 많은 생활기록부(생기부) 영역에 대해 3학년 1학기는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 11일 등교 수업을 1주일씩 추가 연기한다고 밝혔다. 

클럽 집단 감염 사태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각급 학교 등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이같이 결정했다.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14일 실시하려던 전국연합학력평가도 등교일인 20일 이후로 연기됐다.

등교 연기가 계속되면서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3 학생들이 특히 힘들게 됐다.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재수생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우려가 커졌고, 수시로 대학을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할 시간이 상당히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등교가 수차례 연기돼 20일 등교하게 된 고3 학생들 앞에는 각종 시험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이달 말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인 6월에는 모의 수능은 물론 학교별로 중간고사를 치러야 한다.

7월에는 전국연합학력평가, 7월 말이나 8월 초에는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는 등 시험이 연달아 대기하고 있다.

고3 학생들은 이렇게 이어지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다. 그렇지만 고3 학생들이 시험 준비에만 시간을 다 쏟아 부을 수도 없다. 

교과내신에 포함되는 수행평가에도 신경써야 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한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등의 내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5월 하순부터 시작해 활동을 하고 결과를 내놓기엔 실로 난감한 상황이다.

잇따른 시험과 수행평가만으로도 남겨진 두 달은 매우 벅찬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대학에 따라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요구하는 곳도 있어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가 올해 3학년 1학기만이라도 생기부 영역을 축소시키는 지침 설정을 해 주어야 한다.

생기부 작성에 있어 지역별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계층별로는 더 극심한 차이를 보일 개연성이 크다.

현재 비대면 수업에 있어서도 계층별로 장비 유무에 따른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생기부에 기재되는 활동은 확연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형편이나 접근의 기회 등 상황이 허락되는 가정의 고3 학생들은 이미 상황에 맞춰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서민 가정의 고3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수시전형의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고려한다면, 생기부 영역에 대한 논의가 마땅히 진행돼야만 한다.

고등학교 3학년에게 대학 입시는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자칫 작은 실수 하나가 입시의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는데, 준비가 부족해 학생이 일평생 후회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교육당국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감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모두가 균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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