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심심했던 교실에 꿈 크는 소리 /  '뻥 뻥' 팝콘처럼 쏟아질 때 / 햇살 머문 땅바닥은 꽃등을 켜고 / 늦잠 깬 나비도 뜀박질한다./ '와 힘들다, 지각할 뻔 했잖아' / '그럼, 계절 마중이 쉬운 줄 알았어?' / 필자의 동시 '지각 아니야' 첫 연이다. 새 학년 등교가 눈물겹다. 코로나 19는 졸업 취소와 학습 플랫폼·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입학으로 바꿔 놓았다. 당초 1주 연기 개학계획이 3주일 늦춰지더니 아예 '전학생 온라인학습'을 익숙케 했다. "와! 신 난다" 펄쩍펄쩍 뛴 동심들, 말할 적마다 더듬거린 아이도 짝과 자리다툼 하던 개구쟁이에게도 3개월 가까운 사실상의 휴업령은 횡재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친구 얼굴·선생님·학교조차 긴가민가한 두려움 때문인지 "또, 또, 또 등교 연기라고?" 되레 궁시렁거린다.

반면, 패닉상태로 우그러진 학부모의 자녀 관리는 연일 '밖에 나가지 마라, 기침 뚝, 방 좀 치우고 살자, 제발 조용히' 금지령으로 얼떨떨하다. 학습공백 최소화차원의 '원격교육' 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교육과정 정상화 계획부터 혼란스럽다. 교과특성 및 학생 개개인 눈높이, 대면수업과 일방강의, 콘텐츠와 늑장 접속, 건강문제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적잖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일찌감치 준비해둔 반 아이 명찰까지 기다림에 퇴색됐을 사제(師弟) 만남 그 언제쯤일까. 지난 13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 등교 예고로 한 때 경축일처럼 들떴었다. '어른들 못 믿겠다'는 비관적 전망도 아이 입에서 나온다.  휴업 연장과 비대면 학습 기간 내내 엄마 규범이 너무 많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 고정불변 해답을 갖고 닦달했다면 반드시 치유·회복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제자리 찾기(자아정체) 과정 속에서 성장하므로 변곡점 통과를 부추겨 줘야 한다. 학교·가정·사회, 세 박자 노래 중  학부모 고군분투(孤軍奮鬪)는 여전히 눈물겹다. 

요즘 텅빈 교실현장을 보며 '머잖아 시나브로 없어질 곳'이란 말들이 나온다. 지난 해, 교육 실습을 마친 교직과목 이수중인 예비교사들에게 호된 매를 맞았다. 달라진 학교 1순위로 자유분방함(헛소리에 낄낄대며 어수선함)을 꼽았으나 정작, 딴지를 걸어 분위기 흐리는 것 외엔 수업 반응과 너무 멀단다. 느낌 없는 공부와 자괴감으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오히려 긍정 평가했다.

"저 역시 아이 있는 엄마 교사로서 걱정이 큽니다. 그러나 지금 한두 달 늦었다고 인생도 늦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 아이들 미래, 자신 있습니다.(일부 발췌)" 학부모를 쿵하고 울린 어느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의 편지글, 반 학생들에게 일일이 통화하여 건강 확인과 일과까지 당부한 참스승 사례야 말로 대면 교육의 절절한 바람 아니던가. 늦디 늦은 새 학년 사랑앓이, 현실을 허심탄회 짚어(전·현직교원, 학부모, 교육관련 단체 등) 미래교육의 틀과 신뢰 구축에 가속이 붙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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