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충청시평]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력 질주하고 있지만 언제 상용화될지 아무도 모르니 더욱 불안하다. 몇 달간 인간의 활동이 멈추고 국가 간 이동이 중단되자 나타나는 현상들이 그간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거리가 한산해지자 야생동물들이 모습이 드러냈다. 스페인의 한 국립공원에서 무려 150년 만에 야생 불곰이 나타나기도 했다. 공해와 미세먼지로 희뿌옇던 하늘은 맑아지고, 각종 폐수로 오염된 하천은 깨끗해졌다. 인간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던 자연을 정화시킨 것은 다름 아닌 바이러스였다. 이것이 코로나19의 역설이다.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확 달라졌다. 다방면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기존의 패턴과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었다.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지속된 비대면이 일상화되었다. 생존에 필요한 분야의 직업인은 살아남아 재택근무를 하고 전자화로 업무를 처리한다. 반면 주로 대면으로 진행된 서비스업과 문화예술계 직업인은 직격탄을 맞았다. 마트 직원이 된 뮤지컬 배우, 택배 기사가 된 서비스업 종사자의 이야기는 흔한 일이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혁신적 변화를 가져온 곳은 교육계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수업은 준비가 덜된 상태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니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실험, 실습, 실기 수업은 효과가 현저히 떨어져 조심스럽게 부분적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교육 당국을 위시하여 학교, 선생, 학부모, 학생도 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되니 많이 미숙하고 힘들지만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놀이터에 갈 수 없으니 선생도 친구도 만날 수 없고 사제 간, 교우 간에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없어 교유와 소통의 즐거움이 사라졌다. 특히 신입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교육계 못지않게 큰 변화를 겪는 곳이 문화예술계다. 문을 열지 못한 미술관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 전시를 개최했고, 방송 속 예술인들은 무관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예술인과 관객은 피부로 느끼는 소통이 중요한데 현장에서 즐기지 못하니 재미가 덜하다. 이런 신체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 즉 코로나 블루는 ‘정신적 가까이 하기’로 극복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변이가 심하고 변종은 전염력이 더 강하다고 한다. 확진자의 감소로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니 그 틈을 파고들어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며칠 사이에 확 늘었다. 지역 사회 감염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확실한 의학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다시 철저한 거리두기로 돌아가고 비대면의 일상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온갖 불편함이 있겠지만 이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자신을, 가족을 그리고 사회를 위해 위기가 닥칠 때 유난히 강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하는 우리들, 이번에도 거뜬히 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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