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도자기 명장 1호 김기종 도예가

▲ 김기종 작가가 경기도 여주의 전통 가마에서 장작을 때며 도자기를 굽고 있다.

31일까지 현대百 충청점 갤러리 H서
개인전 '손끝으로 빚어낸 四季' 개최
봄·여름·가을·겨울 각각의 느낌 살려
전통·현대가마서 구워낸 작품들 선봬

[충청일보 신홍균 기자] '흙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역사다. 언제부터인가 흙과 교감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습관이 생겼다. 부드러운 촉감과 흙내음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는다. 대지에 내린 빛과 바람과 공기로 四季(사계)를 담아 건조한 일상에 색깔을 입혀 시간을 터치한다. 꿈틀거리는 생명이 펼치는 초록의 향연 봄, 강렬한 태양이 빚어내는 땀방울 보석 여름, 애절한 기다림이 영글어 짙어가는 가을, 매서운 바람이 고독을 후려치는 겨울. 찰나의 시간 속에 역사가 있고 사계가 있으며 내가 있다. 흙과 마주한 손길과 눈길 속에 시간이 흐른다. 33년 도예가로 살아온 흔적을 네 가지 점토에 네 가지 빛깔로 세상에 내놓았다.'(작가 노트 중)

지난해 충북도 공예 명인 중 도예 부문 명인 14호와 같은 해 충북도 도자기 명장 1호에 지정된 지역의 도예 작가 김기종씨가 오는 16~31일 현대백화점 충청점 갤러리 H에서 이 백화점의 특별기획 초대전으로 14번째 개인전을 연다.

김 작가는 30여 년 도예 인생 외길을 걸어오며 전통 도자기의 현대적 변형을 통한 한국 도예의 재발견을 추구해왔다.

과거의 도자기를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의 작업 기법과 사상을 가미한다.

청주 출신인 그는 청주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감히 대놓고 물레에 손을 댈 수 없었던 대학 1학년 때는 선배들의 뒷작업을 돕다가 그들이 가고 난 후에야 감춰뒀던 흙으로 도자기 제작을 연습했고, 연습 후에는 그 흔적을 지워가며 선배들의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 봄

 

그는 도자, 목칠, 금속, 염직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던 중 '흙에서 느껴지는 손맛'에 매료돼 도예가의 길을 택했다.

1986년 대학생 신분으로 대한미술전람회에서 입상한 그는 이듬해 충북공예가회 단체전 참가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선이 아름다워야 전체가 아름답다는 작가는 도자기를 만드는 데 있어 자유분방함과 유연함을 가지면서도 어느 순간 정지해 있는 듯한 선의 미학을 추구해왔다.

 

▲ 여름

 

이번 전시에서 그는 겨울 내내 추위와 싸우며 빚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백토를 이용해 사계절의 분위기를 표현한 물레 성형작 30여 점과 사발 100여 점이다.

특히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중 과반수 이상은 경기도 여주의 전통 가마에서 구웠다.

 

▲ 가을

 

도예에서 가마는 가스나 전기를 쓰는 현대 가마, 장작을 때는 전통 가마로 나뉜다.

현대 가마와 장작 가마에서 얻어진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관람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작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작가들이 공용할 수 있는 전통 가마는 여주시에 유일하게 있다.

경기도문화재단이 1년에 한 번 지역 단체에 한해 이 전통 가마 사용 공모를 한다.

올해는 본부가 경기 이천에 있는 한국도예가협회가 올린 사업 계획이 공모에 통과됐다.

그러면서 총 6칸인 이 가마의 한 칸을 김 작가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인 김 작가는 한국도예가협회 이사직도 맡고 있다.

그간 다양하고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줬던 김 작가의 이번 전시작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유약의 발색이다.

전시의 타이틀인 '손끝으로 빚어낸 四季'에서 알 수 있듯이 싱그러운 봄에 어울리는 청동녹유, 여름의 강렬한 태양처럼 붉게 피어난 진사유약, 가을에 짙어가는 밤송이의 이미지 흑금유, 하얀 겨울 눈이 그리운 순백의 달항아리 등 다양한 형태와 빛깔을 작품들에서 볼 수 있다.

오는 9월엔 서울 인사동에서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작가는 11월 중국 용천에서 열리는 세계청자축제에 한국 대표작가로 이미 초청장을 받아놓은 상태인 등 올 한 해도 바쁘게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작가는 2018년 남아프리카 모던크래프트 아트 전에 한국 초대작가로 선정된 데 이어 이듬해인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에서는 본전시 작가로 뽑혀 설치작품 '꿈 속의 도원'을 출품,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까지 14회의 개인전과 300여 회의 초대전, 단체전 등 끊임 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오고 있다.

베트남, 일본, 남아프리카,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프랑스 등 해외교류전을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청주에서 자신의 공방 '토지도예'(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형동 2길 130-14·☏ 010-5465-8788)를 운영 중이다. 

▲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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