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5월인데도 몇 달째 새벽 아파트 앞 복대천의 산책로를 걷다 보니 오래전에 봉명동에서 가까운 산에 오르며 하루를 시작했던 일이 떠오른다. 이른 시간인데도 출근하는 모습의 젊은 사람들이 출근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노래방에서 왔는지, 아니면 맥주 집에서 나왔는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여 몇 쌍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택시를 잡는 모습이 너무 대조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오솔길을 오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산다는 게 무엇인가, 어떤 삶이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의 모습일까?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 배금(拜金)사상과 이기주의의 팽배 속에 쾌락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신혼여행 이혼으로 시작해서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이혼의 풍속도 속에 늘어나는 결손 가족은 청소년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유치원, 초, 중, 고, 학부모강의와 중, 고, 대학,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강의를 다닐 때였는데 신설중학교에 강의를 갔더니 본교는 결손가정 학생이 없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모교인 청주고에서 교사로 5년을, 이어 청주여고에서 3년 가르치다 보니 부부제자들이 많았고, 마무리 단계에 청주고 교장으로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는데 제자들은 잘 들 지내는 듯한데, 최근 들어 결손가족이 늘어가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어서 어린 학생들의 성장과정에 어려움이 많음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 전 TV에서 대학교수 출신의 남편과 약사인 아내가 도시를 떠나서 자연으로 돌아가 자녀들을 키우며 친환경적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전원시인 도연명은 오두미(五斗米)를 위해서 하급관리에게 머리를 숙일 수 없다며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전원으로 돌아갔고,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아내를 간병하며 지고지순(至高至純)의 사랑을 꽃 피운 삼성장군 출신의 노장군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게 우리에게 다가왔었다.

채근담(菜根潭)에 거가유이어(居家有二語), 집안을 다스림에 있어서 두 가지 말이 있으니 왈유서즉정평(曰惟恕則情平), 용서하면 불만이 없고 유검즉용족(惟儉則用足), 오직 검소하면 넉넉히 쓸 수 있다.고 하여 가족들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서로를 이해하고 수입에 맞춰 근검 절제하는 생활의 지혜로 생활한다면 어렵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현명한 지혜가 아닐까?

밀레의 작품인 만종에 해질녘에 일을 마치고 들판에 서서 교회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기도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가정을 이루고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청주고 교사시절, 고민하는 시골 학생에게 귀향하여 부모님과 함께 밭고랑에 들어가 몇 고랑만 매어보도록 권했다. 지열이 달아오르고 태양이 작열하는 속에 흙이 범벅이 된 채 밭고랑의 잡초를 제거하고 샤워를 마친 후의 저녁식사는 꿀맛이다.

무위도식하는 삶의 모습과 일속에서 보람을 찾는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敬業), 땀 흘러 열심히 일하며(樂動) 살아가는 모습을 비교해 보자,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우리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남에게 봉사하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바른 인생관을 심어주도록 다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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