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평생을 살아오며 삶에 대한 고달픔에 잠 못 이루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가 있다. 깰 오, 잘 매, 아닐 불, 잊을 망, '오매불망(寤寐不忘)'이다. '자나 깨나 잊지 못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나중에 의미가 확장돼 어떤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을 표현할 때 쓰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연모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도 쓰였다. 비슷한 말에 전전반측(輾轉反側)도 있다. 근심으로 잠을 못 이루고 이리 눕고 저리 눕고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고사성어는 원래 시경 첫머리에 나오는 '관저'라는 시에서 유래되었다. 관저는 세 장으로 이뤄졌는데 오매불망은 두 번째 장에서 나온다. '자나 깨나 구하지만 구할 수 없다'는 시구는 '이리저리 뒤척인다'라는 말로 풀이된다.

이 시에서 유래하여 오매불망은 뒷구절의 전전반측과 함께 원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여 잠 못 들고 뒤척이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다가 나중에는 삶에 대한 근심이나 생각이 많아 잠 못 드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이 고사성어처럼 최근 위안부 할머니들은 그렇지 않아도 평생의 한이 풀리지 않아 오매불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 왔다. 그런데 죽음을 앞에 두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온 정의연이 생각지 않은 의혹투성이 때문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오매불망에 빠트렸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정의연이 말과 행동에 품위를 잃은 단체로 밝혀지자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하였다.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가 세상을 뒤 흔들어 놓았다. 국민들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난 날의 한스러움을 누군가로 부터 위로 받아 가며 남은 여생을 마무리 위해 정의연을 믿었건만 모두가 허사였다. 정의연의 운영이 의혹투성이가 됐다는 사실에 위안부 할머니들은 분노로 가득 차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혹독한 삶을 보낸 위안부 할머니들이 죽음을 앞두고 또 다시 오매불망에 처해 있어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다. 그렇다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활동은 멈춰서는 안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기들을 돕겠다는 정의연을 의지하고 그들을 믿어 왔는데 이게 웬 말이냐? 서운함과 실망감에 앞서 배신감으로 가득했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부, 시민단체가 나서 정의연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 주길 기대한다. 특히 이 할머니가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요집회에도 불참 의사를 밝힌 만큼 당국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가려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는 않겠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운동이 매도되거나 폄훼돼서도 안된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생명권과 존엄성과 직결된 보편적 인권 문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이 남은 여생을 근심을 풀고 영면할 수 있도록 오매불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민들은 힘껏 도와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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