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수 마지막 지켰던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14년 만에 대전현충원 안장식까지 인연 이어

[대전=충청일보 이한영 기자] "누구보다도 맑고 순수했던 김일 선생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생전에 '박치기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고(故) 김일(1929∼2006년) 선수가 영면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6년 10월 26일 낮 12시, 당시 김 선수의 곁에서 묵묵히 임종을 지켜보던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이 건넨 마지막 인사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난 22일 오전 11시 박 회장은 고(故) 김일 선수의 안장식에 참석했다. 

김일 기념관에 따르면 그동안 고향인 전남 고흥에 안장돼 있던 고 김 선수는 국민훈장 석류장과 국민체육훈장 맹호장 수훈, 국민훈장 청룡장 추서 등 대한민국 프로레슬링 1세대 선두주자로서 공헌을 뒤늦게 인정받아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으로 안장됐다.

이달 초 소천 7주기를 맞은 을지재단의 범석 박영하 설립자 역시 이곳에 안장돼 있어, 을지재단과 김 선수의 특별한 인연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다시 이어졌다.

을지대학교의료원과 을지대학교 등을 이끌고 있는 의료교육재단인 을지재단과 김 선수의 인연은 1994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 선수는 WWA 세계태그챔피언을 시작으로 제23대 WWA 세계 헤비급 챔피언까지 14관왕에 오른 국민 영웅이었지만, 그의 말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산부인과 수련을 마치고 귀국을 앞두고 있던 박 회장은 김 선수가 외롭게 투병 중이라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박 회장은 한국의 이름을 빛낸 국민 영웅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의료진을 이끌고 김 선수가 있는 후쿠오카 요양원으로 향했다.

박 회장은 휠체어가 아니면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나빴던 김 선수를 모셔와, 당시 을지병원 병실 1개를 살림집으로 내줬다.

당뇨병과 고혈압, 하지부종 등 지병으로 고생하던 김 선수를 아무런 대가 없이 14년간 무상으로 돌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 박 회장은 을지병원에서 치른 장례비 일체도 책임지는 등 끝까지 김 선수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박 회장은 "해마다 늦가을이 오면 김일 선생님이 그리웠다. 나의 영웅이기 전에 박치기 하나로 온 세상을 호령하던 선생님. 뒤늦게나마 '국민 영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셔진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왔다. 특히 선친인 고(故) 범석 박영하 설립자도 이곳에 계신다. 내가 존경하는 두 분이 같은 곳에 모셔져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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