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실종 아동의 날'
1988년 4살 아들 잃어버린
오창 거주 청각장애 어머니
최근 유전 정보 일치자 찾아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세계 실종아동의 날(5월 25일)을 앞두고 32년 만에 기적적으로 상봉하게 된 모자(母子)가 있어 화제다.

24일 충북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오창읍에 거주하는 A씨(63·여)는 1988년 강원 춘천에서 아들 B씨(당시 4세)를 잃어버렸다.

A씨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B씨가 사라진 것이다.

당시 B씨를 찾아 해맨 A씨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탓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경찰에 제대로 된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B씨 역시 어머니와 같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어 주변의 도움을 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모자의 이별은 갑작스러웠고, A씨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으며 32년을 죄책감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1일 흥덕경찰서에서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이들이 상봉 사연은 이렇다.

A씨의 딸 C씨(40)는 지난해 11월 청주시 신봉동의 한 사회복지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C씨는 잃어버린 친동생 B씨와 비슷하게 생긴 남성을 만났고,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게 됐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불일치'였다. C씨는 형제자매 간 유전자 검사보다 부모 등 직계 가족 간 유전자 검사가 더 정확하다는 이야기에 A씨의 유전자로 재의뢰했지만 이 역시 일치하지 않았다.

실낱같던 희망이 끊긴 A씨는 다시 절망감에 빠졌지만, 그의 유전자 정보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등록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경찰에 아동권리보장원에 보관하고 있었던 A씨의 유전자와 인천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 남성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통보가 날아온 것이다.

B씨는 '박씨'가 아닌 '서씨'로 살고 있었고, 주민등록 상 출생연도도 1983년이 아닌 1984년으로 돼 있었다.

그 역시 그동안 어머니를 찾기 위해 유전자를 등록해 놓은 상태였지만, A씨의 유전자가 등록된 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었고 정확도가 떨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 A씨가 유전자를 새로 등록하게 됐고, 일치 여부가 더욱 정확해진 거다. 이렇게 모자는 3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다만 이들의 상봉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다음 달 초로 미뤄졌다.

A씨는 "당장이라도 찾아가 안아주고 싶다"며 "아들을 찾는 기적을 만들어 준 경찰관들에게도 거듭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들의 만남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흥덕경찰서 안병익 경사는 "내 가족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자녀 또는 가족 등을 잃어 고통 받는 가정이 발생하지 않게 경찰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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