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미원초 금관분교장 교사

 

[기고] 이경옥 미원초 금관분교장 교사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산과 들을 구불구불 지나는 출근길에 마주하는 봄꽃들의 향연은 ‘고향의 봄’ 노래를 절로 나오게 한다. 올해는 본교에서 12km 정도 더 떨어진 분교장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아침마다 자연으로부터 감화받은 선량한 마음을 안고 학교에 오지만 아이들은 없고 교실은 텅 비어있다. 그렇게 코로나 19는 한창 아이들을 만나 친해질 새 학기의 시간들을 가져가 버리고 교사 혼자 온기없는 교실에서 쓸쓸히 꽃피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은 2001년에 미원초등학교의 분교장으로 통합된 소규모학교이다. 지난해에는 학생 수가 16명이었는데 올해는 전교생이 한 자릿수로 대폭 감소하였다. 농촌에서는 젊은 연령층의 이농으로 학령기 아동 인구도 계속 줄어들어 농촌 지역의 교육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소규모 학교의 교육구성원들은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구안하여 소규모학교의 장점을 살리고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학교도 소규모학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인식하고 농촌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가정에서 1~2명 뿐인 자녀들이 학교에 오면 친형제자매처럼 우애있게 지내고, 학부모와 교직원들은 보호자로서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위해 서로 의논하고 협력한다.

우리 학교는 자연을 닮아 따뜻한 품성을 지니고 행복하게 자라나는 ‘숲에서 찾은 금관 CROWN 행복채움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주변에는 옥화9경, 수목원 등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자연 친화적 생태환경교육을 하기에 적합하다. 그러한 장점을 살려 흙을 만지고 친해지는 계절별 에코활동, 주변 자연환경과 친해지고 생태환경을 체험하는 자연아 놀자, 숲에서 놀자 등 교과와 연계하여 창의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주에는 아이들 없이 계절별 에코활동의 일환으로 학교 현관 양쪽 화단에 대추나무 묘목을 심었다. 계절별 에코활동은 사계절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텃밭가꾸기, 과수가꾸기와 수확하기, 식목활동 등 다양한 생태체험 활동을 함으로써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안정적 정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채우는 교육활동이다. 올해는 아이들 없어서 교직원들끼리 무엇을 심을지 고민에 빠졌다. 그 때 주무관님이 대추나무를 심자는 의견을 내셨고, 설명을 들으니 뜻깊은 의미가 있고 공감이 되어서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추는 결혼식, 제사 의식 등 우리나라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과일이다. 대추나무는 한 나무에 열매가 많이 열려서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고 장수, 다복을 가져다주는 나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갖춘 학교인데, 학생 수가 자꾸만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과 대추 및 대추나무의 특징과 의미, 대추와 관련된 속담, 전설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보며 함께 심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대추나무를 심으며 우리 분교장에도 학생 수가 많이 늘어나 심심해서 졸고 있는 저 천연 잔디 운동장에 웃음꽃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넘쳐나기를 손 모아 마음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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