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영
학생교육문화원 문화관리부장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치며 정을 나누게 된다. 특히 한 직장에서의 만남은 직장 가정이라고 할 만큼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말 공로연수를 떠나는 상사의 뜻깊은 송공을 기리기 위해 문화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분은 40여 성상을 교육계에 몸담고 태양과 같이 뜨거운 열정으로 일했다. 그래서인지 아쉬움과 함께 뒷모습은 그 어느때 보다 빛이 났다.

일과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교육행정을 헌신적으로 펼친 성공적인 삶. 이제는 그 밑거름으로 새로운 삶을 지향해 이 사회를 밝히는 등불이 되길 기대해 본다.

퇴직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길을 걸어 볼 수 있는 시발점이 아닌가. 젊은 날의 삶은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고,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삶이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오직 자신과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다. 건강이 허락하면 그동안 해보고 싶어도 못한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기이다.

"때로는 스무살 청년보다 예순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 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위 시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열정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청춘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는 40∼70세까지를 third age(제3연령기)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사는 시기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한다. 1∼2년내에 정년을 맞게 될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는 퇴직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한 사람의 비율이 80%에 이른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인 이유, 즉 노후생활 자금 마련 60%, 생활은 어렵지 않으나 용돈 마련 20%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직시절 하고 싶었던 일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퇴직 후 당당하게 거듭나는 또 하나의 멋진 인생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요즘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젊게 살기 때문에 노인들이 하는 얘기로 60대는 소년기이고 70대를 청년기, 80대를 장년기, 90대를 노년기라고 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4일만에 죽으라는 뜻의 9988234라는 우스운 유머 역시 수명이 많이 길어졌기에 죽을 때까지 팔팔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로퇴직에 들어가는 분들을 보면서 저 분들은 인생의 이모작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나도 이제 이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와서인지 퇴직하는 분들이나 퇴직해서 바쁘게 사회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지내는 분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좋은 씨를 적당한 시기에 뿌리고 잘 가꿀 때 좋은 수확을 할 수 있듯이 인생의 이모작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관리를 잘해서 무엇이든 하는데 지장이 없어야 하겠다. 또한 친구나 늘 좋은 관계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취미가 있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한다. 더욱이 경제력이 있고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 하나하나 준비를 하면서 주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도록 해야겠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한다는 말을 일찍 깨달아 인생의 이모작때는 후회없이 살리라.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 늦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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