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에 문제가 있다고 했던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5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잘 정리된 기자회견이라기 보다는 그간 쌓아뒀던 한을 토해내는 자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는 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느낌이라고 한다.

이 할머니는 자신이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갔을 때부터 시작해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와 함께한 30년 세월을 되짚으며 그동안 못 다한 얘기를 풀어냈다.

정대협과 정의연의 활동을 보며 느낀 문제점을 비롯해 이 단체를 이끈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윤 당선인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안아줬다는 게 용서했다는 건 아니라는 심정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 신고를 한 1992년 정대협의 모금 사실을 알고 부끄러워했다는 기억을 전했다.

이후에도 정대협이 운동 경기장 등에서까지 모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모금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정신대'와 성노예였던 '위안부'가 혼용된 데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일제에 의해 군수공장 노동 인력 등으로 강제 징용 당한 '정신대'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전쟁 만행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필요하며 이를 위한 위안부 인권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는 메시지 역시 분명히 전했다.

이 할머니가 갖고 있는  "30년 간 속았다"는 피해 의식의 기저에는 회계의 불투명성 뿐 아니라 정대협의 정체성과 활동 방향에 대한 문제 의식도 깊이 자리 잡은 듯하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개인 비리 의혹을 다시 거론하면서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 듯 했지만 엄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같이 했다.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불법 행위가 최종 확인될 경우 윤 당선인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민주당이나, 제대로 된 입장 표명 없이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여주는 윤 당선인이나 이젠 더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상황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국내 언론 뿐 아니라 일본 언론들까지 관심을 보이면서 이 사태를 사실 왜곡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금처럼 가만히 있는 건 100보 양보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게 이유라고 해도 공인이나 공당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특히 윤 당선인은 위안부 인권 운동의 성과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만에 하나 회계 처리 등에 허물이 있었다면 그동안 있었던 일을 낱낱이 밝히고 제대로 된 용서를 구함이 옳다.

행여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거나 역사 왜곡에 동조하려는 자들도 경거망동하지 말라.

천년만년이 걸리더라도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 할머니의 말은 그간의 국민적 요구와 하등 달라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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