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사회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된 각자의 관계 기술이 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지만 친절하고 매너 있는 태도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니 이마저도 적당한 선에서 서로간의 영역을 헤치지 않으면서 진심보다는 매너임을 알고 있고 이것은 사회생활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매너나 사회화된 친절이 아닌 진심어린 관심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날 일이 있다. 형용사로 표현하면 ‘따뜻한 사람’이라고나 할까? 이십 년 쯤 유행했던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 라는 광고카피가 최근에는 왜 이리 와 닿는 걸까?

어렸을 땐 똑똑한 사람에게 끌리거나 이성일 경우는 데이트 관계로 가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적 유희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지적인 매력에 대해 설명하는 것 중에 ‘사피오 섹슈얼리티’라는 단어가 있다. 성 정체성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용어로 2014년 뉴욕 타임스는 많은 사람이 조각된 몸보다 흥미로운 대화로 더 흥분된다고 보도했는데 ‘사피오 섹슈얼리티’는 다른 사람의 지성에 대한 매력으로 정의된다.

사피오 섹슈얼 (sapiosexual)에게 흥미로운 대화는 정신적 전희와 같고 지성은 강력한 유혹 도구라고 한다. 지식이 풍부하고, 총명하고, 생각하게 하고, 호기심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깊은 매력을 일깨운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적인 사람의 매력 자체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지식을 통해 감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과정을 말할 수 도 있다.

이십대에 접어들며 첫인상의 매력으로 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신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 더욱 행복하고 끌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사십대가 되고 나니 이를 넘어서는 것이 따뜻한 사람과의 만남인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그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배려있는 태도 그리고 경청한 후 이에 대한 진심어린 응답은 놀라우리만큼 신비롭고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한다. 굳어 있는 생각이 유연해지고 나와 상대의 경계를 허물고 조건 없는 애정에 성숙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을 경험하게 한다.

일과 사람으로 지쳐있던 나에게 어떤 이는 말을 걸고 자신의 마음을 나눠주며 자신을 돌아보고 안정을 찾게 해주었다. 간식으로 만두를 먹던 어느 날, 매운 만두 대신 모두가 먹고 싶던 튀김 만두를 상사에게 얼른 가져다주는 직원이 있었다. 나는 이를 지켜보다 옆 부서로 가니 퇴직을 앞둔 그 부서의 어떤 상사는 나와 자신의 자녀보다 어린 직원에게 하나 있던 튀김만두를 삼등분해서 나눠주어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이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따뜻한 사람’이다.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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