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아프리카 초원을 횡단하는 물소가 그렇게 무리로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은 생존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매가 홀로 있는 비둘기를 사냥할 확률은 80%에 가깝지만, 무리 지어 있을 때는 성공률이 10%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동물의 생존확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특성은 집단을 이루는 사회성이고 이게 높을수록 살아남아 번식했다.

생물학자 윌슨 교수는 인류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 지구의 주인이 된 것은 극도의 사회성 때문이며, 생존에 성공한 대표적 동물로 불리는 개미와 인간의 공통점 또한 유별난 사회성이라 한다. 이렇게 인간의 특성으로 진화한 사회성, 집단성은 인류의 생존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렇게 형성된 집단주의의 특성을 이용한 폐해도 적지 않다. 나치나 일본의 군국주의, 중국의 홍위병 등 집단주의가 나쁘게 이용될 때, 인류의 삶은 황폐해지고 삶은 퇴보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분을 잘하고 좀 들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어쩌면 사회성이란 인류의 보편적 특성에 민족적 특수성이 더해진 데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영어권 국가와 우리말의 큰 차이 중의 하나가 ‘나’와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이다. 우리는 내 집 혹은 내 나라라는 표현보다 우리 집 우리나라를 더 흔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대부분 ‘my family’, ‘my country’라고 쓴다. 심지어 우리는 ‘우리 와이프’라는 말도 흔히 쓴다. 일처다부제의 모계사회도 아니고, 그대로 영어로 직역된다면 아마도 큰 문화적 충격을 줄 것이다. 우리는 정말 집단을 상징하는 ‘우리’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쓴다.

2002년 월드컵 때의 거리응원이나, 특정 정치적 사안에 대규모로 모이는 군중집회 등 우리나라의 집단적 열정과 행동은 유별나다. 그러나 집단적 행동은 그렇게 능숙한 국민이, 책임이 요구되는 나로부터는 도피하는 경향 또한 있다. 그렇게 우리가 없는 나로 홀로서기를 불안해하는 모습은, 결국 미성숙한 개인이 집단적으로는 과하게 흥분한다는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2007년 12월 발생한 서해안 유류유출 사고를 극복하는 과정은 우리 민족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당시 세계사에 유례없는 연인원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사고를 단시간에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집단으로는 이렇게 세계가 놀랄 정도의 단합 된 봉사 정신을 보이는 민족인데, 개인으로는 왕왕 집 앞의 쓰레기도 치우지 않고 공공질서도 함부로 어기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한다.

결국, 우리(집단)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주의자가 되어 그를 위해 목숨도 버릴 듯이 흥분하지만, 개인의 구체적 실천사항인 교통법규, 공공질서 등은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구호와 팻말 뒤에 선 개인은, 욕설과 사소한 다툼 속에 자신을 방치한다. 모든 문제를 광장의 집단적 고함 속에 휩쓸려 해결할 것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으로 차분히 다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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