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절반 이상 '최저임금 차액 반환 소송' 참여
청구액도 개월 수 늘며 1인당 최대 수천만원 달해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택시회사가 노사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데 대해 '위법' 판결이 나자 전국 법인 택시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차액' 반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청구금액도 임금 3년치까지 확대하면서 1인당 수 천만원으로 불어나자 택시업계는 "차라리 회사 문을 닫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일자리 상실 위기로 치닫는 형국이다.

27일 택시업계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법인 택시 근로자 50% 이상이 최저임금 차액 반환 소송에 참여하는 등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충청지역에서는 대전 76개 택시 회사 중 절반이 넘는 40개 회사가 근로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천안에서도 12개 회사 중 4개 회사, 아산에서는 10개 회사 중 5개사가 소송을 당한 상태다.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과 부산 등 4개 지역은 법인택시 602곳 중 373곳(61.9%)이 소송을 당해 전체 소송 건수가 476건에 달하고 있다.

소송액도 택시 근로자 1명당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처음에는 6개월치 등 청구 월 수가 짧았지만 점점 길어져 현재는 3년치를 모두 달라며 2000만원에서 3000만원씩을 청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시업체가 부담해야 할 액수가 수억원을 넘어 수십억원까지 이르러 전국적으로 소송액만 약 1조원 대에 달하고 있다.

전국 법인택시 근로자들이 소송전에 나서면서 택시회사들은 '파산'까지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택시회사가 근로자들의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취업규칙으로 정하는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을 맞춘 행위는 위법"이라고 판결하면서 근로자들이 추가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09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택시기사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초과운송수입이 제외되면서 노사는 합의를 통해 고정급 책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

업계 불황으로 사납금 인상없이 고정급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추기 어렵게 되면서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택시근로자 소정근로시간은 2~6시간으로 다양하게 운영돼 왔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G사는 올해 2월 고등법원에서 패소하자 "억울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공개변론을 요청했다.

G사는 지난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부터 '소정근로시간'을 인정 받지 못하고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시급별최저임금합산액에 미달한 금액(최저임금차액)을 기사들에게 소급해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또다른 근로자들이 소를 제기해 다시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르게 된 G사 측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달라고 먼저 요구한 것은 근로자들이고 근로자 편에서 판단해 합의한 사안인데 이를 오판하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G사 측은 또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게 될 경우를 예측해 근로자들과 협의한 내용까지 제출했지만 재판부에서 이를 참고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G사는 "노사 간 자율적합의로 사납금 인상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이기로 했는데 일방적으로 판단한 것이 맞는 것인지 각계 각층의 중지를 모아 올바른 판단을 받고 싶다"며 공개변론 요청 취지를 설명했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소송 압박과 재원 마련에 골머리를 앓게 된 택시 회사들이 '도산'을 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근로자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악의 상태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택시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판결을 내렸다"며 "경기침체에 코로나 사태까지 장기화 돼 중소 영세 택시회사는 도산할 지경인데 이런 소송까지 받아들인다면 차라리 회사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