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올해도 충북 북부지역에 과수화상병의 집중 발생하면서 토착화, 만성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과수산업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해선 과수화상병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대책 마련을 앞당겨야 한다. 

지난 27일까지 충북에서 접수된 과수화상병 의심신고는 모두 135건이다. 충주 118곳, 제천 16곳, 음성 1곳 등이다. 

이 가운데 충주 48곳, 제천 3곳 등 총 51곳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과수화상병은 확산 속도가 빠른데 치료법이 없어 '과수의 구제역'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검역병해충으로 지정된 금지병해충에 의한 세균병으로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한다. 감염됐을 경우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정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충북에서는 2015년 제천시 백운면에서 화상병이 처음 나타난 뒤 2년간 잠잠했으나 2018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74개 농가(51.5㏊)에서 다시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제천(62개 농가), 충주(76개 농가), 음성(7개 농가) 등 3곳에 집중 발생했다. 면적은 88.9㏊에 달했다.

도내 전체 사과·배 과수원 면적의 2% 규모였다. 전국 발생 농가(181개 농가)의 80%, 피해면적(127㏊)의 70%(89㏊)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사과 주산지인 충주에서 대부분이 발생했다. 

올해 확진된 과수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발생한 곳으로부터 2㎞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첫 발생 6년 만에 이미 충주지역에 만성화, 토착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충북의 과수산업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과수의 경우 묘목을 키워 결실을 보기까지 대략 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상적인 상품 수확시기는 5~7년부터다. 화상병으로 폐원한 농가가 다시 개원해 수확을 하기까지 짧게는 6년에서 길게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후 매년 되풀이되고 규모도 확산하는 추세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화상병이 급속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계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하고 지자체와 조기 예찰 및 3차 약제 방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도 사과·배 묘목 재배지 관리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나서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화상병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대책 마련을 앞당겨야 한다. 

병균 생리를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은 2022년에나 완공되고 연구결과가 나오려면 그 후 최소 5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지금처럼 화상병이 매년 확산하는 기세를 보면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피해가 발생할지 아찔할 뿐이다. 조속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산과 인력을 대폭 보강해 병이 발생한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방제약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매년 병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대증요법으로는 화상병을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질병 대응체계로는 국내 과수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외래 병해충의 감염경로를 밝혀내고 국내 실정에 맞는 방제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